국산 12호 펠루비 이후 20년 만의 신약 도전
P-CAB 점유율 30% 육박…PPI 대체 가속화
펠루비와 패키지 처방…정형·소화기 동시 장악
P-CAB 점유율 30% 육박…PPI 대체 가속화
펠루비와 패키지 처방…정형·소화기 동시 장악
대원제약 본사. [대원제약 제공]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대원제약이 국내 제약산업의 전통적인 ‘제네릭(복제약) 강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혁신 신약 개발사로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그 중심에는 차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신약 후보물질 ‘파도프라잔’이 있다. 이번 도전은 대원제약이 첫 번째 자체 개발 신약을 선보인 지 무려 20년 만에 이루어지는 행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원제약의 1호 신약은 2007년 9월 허가받은 소염진통제 ‘펠루비(성분명 펠루비프로펜)’다. 당시 국산 12호 신약으로 이름을 올린 펠루비는 출시 이후 적응증 확대와 제형 다변화를 통해 연 매출 400억원이 넘는 메가 브랜드로 성장하며 대원제약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펠루비 이후 대원제약은 신약보다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특히 호흡기 질환용 시럽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기록해 왔다. 2026년 현재 임상 3상이 본궤도에 오른 파도프라잔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될 경우, 대원제약은 약 20년의 공백을 깨고 자체 개발 신약 라인업을 보유한 ‘R&D 혁신 기업’으로 재평가받게 된다.
대원제약의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수년간 지속해 온 공격적인 R&D 투자의 결과물이다. 실제로 대원제약은 최근 3년간 매출액의 평균 10.1%를 연구개발비로 쏟아부으며 중견 제약사 중 가장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3년 취임한 백인환 사장은 ‘R&D 중심의 글로벌 기업’을 경영 키워드로 내세워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파도프라잔은 단순한 매출 확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소화기 질환 시장은 대원제약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여온 분야로, 기존의 탄탄한 영업망에 ‘자체 개발 신약’이라는 무기가 더해질 경우 폭발적인 시너지가 기대된다.
특히 파도프라잔이 향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유도성 소화성궤양 예방 적응증을 확보할 경우 발생하는 시너지가 주목된다. 연 매출 400억 원대인 ‘펠루비’ 처방군을 그대로 파도프라잔의 잠재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소화기와 정형외과라는 두 거대 시장을 동시에 장악하는 대원제약만의 독자적인 ‘패키지 처방’ 로드맵의 핵심이다.
P-CAB 제제는 위산 분비의 최종 단계인 양성자 펌프에 가역적으로 결합해 위산 분비를 직접 차단한다. 위산에 의해 활성화되는 과정이 필수적인 기존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제제와 달리,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특히 복용 첫날부터 약효가 나타날 만큼 발현 속도가 빠르고 반감기가 길어, 환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야간 산 분비’로 인한 속쓰림 증상을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시장 데이터는 이 같은 변화를 명확히 입증한다. 2023년 약 15% 수준이었던 P-CAB의 처방 비중은 2025년 상반기 24.5%를 넘어섰으며, 2026년 현재 30% 선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규모가 약 1조 5000억 원대로 성장한 시점에서 P-CAB의 점유율이 2027년에는 31%를 돌파할 전망이다.
현재 시장은 HK이노엔과 대웅제약, 제일약품이 삼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선두 주자인 HK이노엔의 ‘케이캡’은 최다 적응증 보유와 제형 다변화를 통해 압도적인 1위를 수성 중이다. 2025년 상반기 매출 967억 원을 기록하며 단일 품목 연 매출 2000억원 고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는 9시간의 긴 반감기를 앞세워 야간 속쓰림 개선 효과를 강조하며 시장 점유율을 30%대까지 끌어올렸다.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 역시 출시 1년 만에 상반기 매출 255억원을 달성하며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대원제약의 ‘파도프라잔’이 국내 P-CAB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백인환 대원제약 사장은 “미래 성장을 견인할 2호 신약 파도프라잔이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하며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며 “성공적인 임상 수행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P-CAB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소화기 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