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자료사진. 한지영 디자이너 |
식품업계가 기존 식품 사업의 한계를 넘기 위해 ‘탈(脫)식품’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수 정체와 고물가에 따른 원가 부담이 장기화되면서, 가격 인상이나 제품 확대만으로는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되면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단기 처방이 아닌 사업의 방향 자체를 전환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오뚜기, B2B 케어푸드 ‘오늘케어’로 중장기 승부
20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최근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O’늘케어(오늘케어) 론칭을 준비하며 관련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급식·외식·프랜차이즈 등 기업간거래(B2B)를 중심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단발성 신제품이 아닌 중장기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오뚜기가 케어푸드 관련 제품을 개별 거래처에 공급해온 적은 있었지만, 통합 브랜드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늘케어’는 급식·프랜차이즈·외식 등 B2B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케어푸드 브랜드”라며 “아직 제품 개발 단계는 아니지만, 2024년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케어푸드에 대한 B2B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브랜드를 출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시 예정 품목은 소스·드레싱류를 비롯해 조리냉동류, 디저트류 등”이라고 덧붙였다.
케어푸드는 단순히 노인이나 환자를 위한 식품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영유아, 임산부 소비자까지 포함하는 개인 맞춤형 식단 개념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시장 규모도 지난 2014년 7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 규모로 커졌고, 2030년에는 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뚜기가 케어푸드를 ‘새 먹거리’로 점찍은 배경이다.
풀무원 김치냉장고. 풀무원 제공 |
풀무원·오리온·농심 등 ‘새로운 식품’ 넘어 ‘새로운 사업’ 확장
케어푸드를 넘어 식품업계 전반의 시선은 더 넓은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식품 카테고리를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사업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움직임이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원가 부담이 상시화된 환경에서, 식품기업들은 기술과 인프라가 결합된 영역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풀무원은 가전 사업을 본격화한 사례로 꼽힌다. 김치냉장고와 음식물처리기 등 30여 종의 제품을 생산하며, 식품과 주방·생활 가전을 결합한 영역을 키워왔다. 단순 부가 사업이 아니라 사내 벤처를 통해 신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장기 전략의 성격이 짙다. 그 결과 2022년 이후 가전 부문 매출은 연평균 40% 이상 성장하며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리온은 식품기업의 전통적인 영역을 넘어 바이오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리가켐바이오 인수를 통해 면역항암제와 저분자 치료제 등 신약 개발 분야에 진출하며, 식품과는 전혀 다른 성장 공식을 택했다. 해당 인수는 오리온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로,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를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올랐다.
이후 리가켐바이오의 연구개발 투자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연구개발비는 12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5% 증가했다. 인수 이전 최근 5년간 평균 연구개발비가 301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투자 강도가 크게 높아진 셈이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의 배경에는 오리온의 안정적인 수익성이 있다. 2024년 오리온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5332억원으로 전년 대비 38.5% 증가했다. 증권업계는 해외 실적 성장 효과를 바탕으로 오리온의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은 스마트팜 수출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있다. 오만과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수출을 확대하며, 식품을 넘어 농업 기술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펫푸드 브랜드 ‘반려다움’과 동물병원용 브랜드 ‘베타닉’을 앞세워 반려동물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식품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원료 관리와 품질 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료는 물론 반려동물 의료 영역까지 사업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중장기 생존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내수 정체와 비용 부담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기존 식품 사업에만 머물 경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국내 식품기업들의 가전·바이오·펫푸드·케어푸드 등 신사업 확장은 전통적인 ‘제조 중심’ 구조에서 ‘솔루션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마련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