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주호진(김선호), 차무희(고윤정) 스틸. 넷플릭스 제공 |
‘빵빵 터지는 축제’다. 극중 차무희(고윤정)의 말을 빌린 표현이다. 사용 맥락은 다르지만 의미는 다르지 않다. 6개 국어에 능한 통역사가 정작 사랑하는 상대의 언어를 어려워한다는 설정, 로케이션 촬영에 쏟은 제작비가 아깝지 않은 영상미까지 ‘축제’ 못지않게 볼거리가 많다. 배우 김선호와 고윤정의 합도 제법 훌륭하다. 폭죽 대신 도파민이 ‘빵빵 터’지는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감독 유영은)다.
첫인상은 ‘때깔 좋다.’ 초록색 드레스를 입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걷는 배우 차무희(고윤정), 흠잡을 데 없는 그의 얼굴을 잡던 카메라는 시계방향으로 크게 돌면서 멀어진다. 화면에는 웅장한 고성(古城)과 그곳까지 이어진 길이 시원하게 들이찬다. 현실에서 마주하기 힘든 미모와 풍광은 보는 이를 순식간에 작품 속으로 데려다 놓는다.
촬영은 일본, 한국, 캐나다, 이탈리아 총 4개국에서 진행됐다. 해외 로케이션이라고 해도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제작진의 자기만족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서는 로케이션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차무희와 주호진(김선호)의 풋풋한 첫 만남은 청량한 색감의 일본 가마쿠라, 고쿠라쿠지역과 잘 맞아떨어지고 설산, 호수, 오로라 등 캐나다 대자연은 이들의 로맨스에 설득력을 높인다. 이탈리아 고성과 석조 마을은 두 사람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기에 적확한 장소다. 무엇보다 이 배경들이 적절한 색감과 구도를 덧입으면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주호진(김선호), 차무희(고윤정) 스틸. 넷플릭스 제공 |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차무희(고윤정), 주호진(김선호) 스틸. 넷플릭스 제공 |
영상미가 전부인 시리즈는 아니다. 여섯 나라의 언어를 이해하면서 차무희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주호진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톱스타지만 사랑을 의심하고 갈구하는 차무희, 캐릭터 소개부터 보통 ‘맛집’의 것이 아니다. 이처럼 구미를 당기는 관계성은 극의 흡인력은 물론, 여러 갈래로 휘휘 날리는 이야기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그리고 이 바탕에는 사랑스러운 고윤정의 액션, 단단한 김선호의 리액션이 있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결로 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인물을 간간하게 표현해 보는 맛을 더한다. 이들의 패션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기에 차무희의 전사는 작품이 그저 그런 캐릭터 플레이에 그치지 않도록 한다. 차무희는 어릴 적 겪은 사고 이후 스스로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고 믿게 됐고, 이로 인한 두려움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거듭 밀어낸다. 이때 그에게 일어난 사건은 드라마틱하지만 이로 촉발된 감정은 보편적이다. 그렇기에 그가 곁을 묵묵히 지키는 주호진을 만나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 단순 망상인 줄 알았던 도라미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기제였다는 설정은 감동을 안긴다.
참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스러운 작품이다. 정통 로맨스라고 하기에는 콘셉츄얼하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고, 서사의 큰 줄기를 뒷받침하는 곁가지가 여럿이다. 여기저기 펼쳐놓은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 내는 것에서 홍자매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차무희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호러 영화와 작중 캐릭터인 좀비 도라미, 차무희와 쿠로사와 히로(후쿠시 소타)의 리얼리티 예능 ‘로맨틱 트립’은 중심 내러티브와 상호작용 하면서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다만 PD 신지선(이이담)과 매니저 김용우(최우성)의 러브라인은 케미스트리와 별개로 개연성과 당위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져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한편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지난 16일 공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