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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21세기의 신상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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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21세기의 신상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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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월 1일 유럽 8개국에 예고한 관세 부과 않겠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성과 있는 노력은 제대로 인정하고
원칙 위반 땐 예외 없이 책임 물어
적극행정 장려해 공공가치 실현을


춘추오패 가운데 한 명이자 명군으로 평가받는 진나라 문공은 책사 호언에게 백성을 전쟁에 참여시키는 방법을 묻는다. 문공은 백성을 배불리 먹이고 형벌을 완화하며 가난한 자를 구제하면 따르지 않겠느냐 말하지만 호언은 이를 부정한다. 전쟁은 목숨을 거는 일이기에 생활의 안정만으로는 부족하며 공이 있으면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으면 반드시 벌하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이 있을 때 비로소 백성이 싸운다는 것이다. ‘한비자’에 전해지는 이 일화에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신상필벌이 유래했다.

호언의 대답은 단순한 병법을 넘어 조직 속 인간의 행동 원리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아무리 제도가 관대하고 보상이 풍족해도 위험을 감수한 사람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책임을 회피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다. 반대로 성과에 대한 보상과 책임의 기준이 공정하고 일관되게 적용된다는 신뢰가 형성될 때 조직은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공공 부문 행정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행정은 기존 관행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 최근 인사혁신처는 ‘대한민국 공무원상’ 수상자로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마스가)를 통해 한미 통상 협상 진전에 기여한 산업통상부 공무원과 전국 소방 동원령을 최초로 기획해 대형 재난 대응 체계를 전환한 소방청 공무원 등 66명을 선정했다. 이들의 직급과 업무는 다르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존 관행을 넘어서는 적극·창의 행정을 펼쳤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나 적극 행정이 쉽게 선택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노력과 성과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잘못이 있어도 명확히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누가 선뜻 앞장설 수 있겠는가. 결국 조직의 성패는 개인의 태도 이전에 신상필벌의 원칙이 제도 속에서 공정하고 일관되게 작동되는지에 달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조직 운영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신상필벌이 공직사회의 신뢰를 공고히 하는 핵심 가치임을 분명히 했다.

인사혁신처는 2026년 업무보고를 통해 공직사회 전반에 신상필벌의 원칙을 확립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정에 임한 공무원은 보다 폭넓게 보호하고 탁월한 성과에는 포상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재난·안전·민원 등 격무 현장에서 헌신하는 공무원에 대한 인사상 우대도 강화할 방침이다. 동시에 무사안일이나 복지부동 등 소극 행정과 무분별한 혐오·차별 발언 등에 대해 징계 기준을 강화해 책임 있는 공직 문화를 확립하고자 한다. 이는 공무원이 국민의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21세기의 신상필벌은 단순한 상벌규정이 아니라 공직사회가 국민의 신뢰 위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기본 질서다. 성과 있는 노력은 정당하게 인정받고, 책임이 필요한 사람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책임을 묻는다는 믿음이 자리 잡을 때 공직사회는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할 것이다. 신상필벌의 확실한 기준 위에서 공직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행정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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