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유도 선수만큼 드셔…IMF 시기 힘드셨을 것"
20년 청와대 셰프 천상현 회고…"박근혜 홍어 먹다 입 데기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애 밥상'에 대해 천상현 셰프가 밝혔다. 출처=유튜브 'SBS엔터' |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20년 넘게 청와대 주방을 지킨 천상현 셰프가 다섯 명의 전직 대통령을 모시며 겪은 일화를 전했다.
천상현 셰프는 최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현존하는 청와대 요리사 중 처음으로 연금을 받았다"며 긴 청와대 생활을 돌아봤다.
청와대 입성 계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중식을 좋아했던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중식 요리사를 뽑으라고 지시하면서다.
천 셰프는 "처음 1~2년은 유도 선수만큼 드셨다"며 "IMF 시기라 일이 많았는데도, 경호원들도 힘들어할 정도였다"음식을 여러 코스로 올려도 접시에 남기는 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산낙지나 홍어 같은 전라도 음식은 물론 계란탕, 양장피, 해산물 요리도 즐겨 드셨다. 다만 2년쯤 지나면서 체력이 떨어지셔서인지 식사량이 자연스럽게 줄었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라면 사랑은 유명하다. 권양숙 여사와 함께 라면을 먹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출처=유튜브 'MBC라이프' |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이미지 그대로였다"며 "해물파전에 막걸리 한 잔 즐겨 드셨고, 저희가 차려드린 대로 드시고 꼭 '잘 먹었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주말에는 "아침밥 안 해줘도 된다. 늦게 나와도 된다"고 하곤 가족끼리 직접 라면을 끓여 드셨다는 얘기도 전했다. 특히 천 셰프는 "휴게실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대통령께서 보시곤 '어이, 일로 와 같이 피워' 하고 오셨다. 대통령과 '맞담배'를 피운 것이다. 쉬운 게 아니다"라고 일화도 전했다.
가장 편식을 안 한 대통령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꼽았다. 천 셰프는 "양지 많지는 않았지만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으셨다"며 "삭힌 홍어도 잘 드셨다. 한 번은 삭힌 홍어에 뜨거운 국물을 같이 드시다 입천장이 벗겨진 적이 있다. 대통령 입천장이 벗겨진 건 큰 사고라 의무실에서 '앞으론 덜 삭힌 홍어로 달라'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소울푸드로 꼽은 '간장 계란 비빔밥' 출처=유튜브 'SBS엔터' |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업가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여럿이 모여 숯불에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 식사를 좋아하셨고, 입맛이 없을 때는 가장 계란밥이나 보양식을 찾으셨다"고 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께선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하게 막회나 해장국, 국밥 같은 음식을 좋아하셨다"고 했다.
천 셰프는 청와대를 떠난 이유에 대해 "다른 중식 요리사가 다시 들어온다는 얘길 듣고 여기까지인가 싶었다"며 "언젠가는 오너 셰프로, 대통령을 모셨던 마음 그대로 손님을 위한 음식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라호텔 중식부 출신인 천 셰프는 1998년, 30대 초반의 나이에 청와대 중식 요리사로 발탁됐다. 이후 총괄조리팀장으로 20년 4개월을 근무했고, 2018년 7월 명예퇴직했다.
그는 최근 종영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에 '백수저'로 출연해 자신을 청와대에 추천했던 사부 후덕죽 셰프와 맞붙은 끝에 탈락했다.
한 식당에서 시민들과 함께 식사중인 문재인 전 대통령. 출처=유튜브 '비디오머그' |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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