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흔드는 여의도](상편)
"심리적 마지노선은 평택캠퍼스"…삼성전자 화성 통근버스만 하루 11만명 출·퇴근①
삼성전자 직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5시쯤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통근버스 탑승장에서 통근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
지난 16일 오후 5시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불금'을 앞둔 통근버스 탑승장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을 방불케 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경광봉을 든 주차 요원들의 호루라기 소리와 버스 엔진음이 어지럽게 뒤섞였다. 머리 위 표지판에는 양재·강남·사당 등 서울 주요 지역과 기흥·용인·수지 등 수도권 30여개 노선이 빼곡히 안내됐다.
강남과 사당 등 인기 노선 플랫폼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버스 한 대가 출발하면 곧바로 다음 차량이 왔다. 화성캠퍼스 통근 버스는 서울·경기 주요 지역과 1시간 안팎으로 연결된다. 이날 탑승장에서 만난 40대 A씨는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편도 1시간 정도 통근한다"고 소개한 뒤 "경기 평택캠퍼스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며 "회사가 멀어진다면 가족들도 함께 이사해야 하는데 이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삼성전자는 360조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시 이동읍과 남사읍에 들어설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6개의 팹(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완공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가 된다. 하지만 최근 지역 기반의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전북 새만금 이전론' 등이 제기되면서 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5시30분쯤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수원, 동탄, 병점 등으로 향하는 통근버스가 직원들을 태우고 이동하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
반도체도 결국 사람이 만든다. 현장에서는 만난 당사자들은 '갈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에 자리잡은 기술 인력들의 생활 기반을 통째로 옮기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금도 반도체 사업장은 수도권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원활히 돌아간다. 이날 탑승장 한편에는 오전 6시20분부터 오후 11시20분까지 5~30분 간격으로 촘촘히 적힌 통근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24시간 돌아가는 반도체 팹 특성상 4조3교대 근무자들의 출·퇴근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화성캠퍼스에서 근무하는 B씨는 "화성·기흥캠퍼스 직원들은 협업 부서가 있어 종종 평택캠퍼스로 출장을 가는데 갈 때마다 거리와 교통 상황 때문에 지친다"며 "새만금은 생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텐데 선거철 표심 몰이에 맞춰 생활권 자체를 옮기라는 건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성·기흥캠퍼스보다 서울에서 더 먼 평택캠퍼스는 상대적으로 근무 희망자가 부족하다. 평택캠퍼스에서 근무 중인 C씨는 "지금도 거리 때문에 평택에서 일하려는 직원이 많지 않다"며 "그나마 통근버스가 있어 버티는 건데 더 멀어지면 사실상 이직하라는 말"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화성·기흥캠퍼스의 출·퇴근 버스에는 하루 평균 11만명이 탑승한다. 통근 버스만 2200대, 하루 운행 횟수는 1만800회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근무인력을 구할 때 "강남에서 저녁약속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곤 한다. 강남역을 기준으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약 48㎞, 새만금까지는 약 224㎞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정말 새만금으로 반도체 산단을 이전한다면 기술 인재들이 대거 중국이나 미국 등 경쟁국가 기업들로 떠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역균형발전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지만 애초 비현실적인 목표를 내세우는 건 소모적 논쟁만 일으켜 정작 더 절실한 정책을 세우는데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5시쯤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통근버스 탑승장에서 통근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강남과 사당 등 인기 노선 플랫폼 앞에는 직원 30여 명이 길게 줄을 섰다./사진=최지은 기자 |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화성(경기)=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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