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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친구, 파리에서 저녁 어때” 美 트럼프, 佛 마크롱 사적문자 ‘전체 공개’

조선비즈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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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친구, 파리에서 저녁 어때” 美 트럼프, 佛 마크롱 사적문자 ‘전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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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월 1일 유럽 8개국에 예고한 관세 부과 않겠다"
국가 정상 사이 비밀 소통은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강경한 비판을 주고받아도, 물밑에서는 은밀한 메시지로 타협점을 찾고 파국을 막아왔다.

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랜 외교 금기를 깨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정상들과 나눈 사적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그대로 캡처해 공개했다.

지난해 2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미국 동부 시각 기준 오후 3시 무렵 본인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 소셜’에 문자 메시지 캡처 화면을 잇달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 문자 메시지가 미국 비영리단체 시그널재단이 2014년 출시한 시그널 메신저를 통해 오갔다고 추정했다.

문자를 보면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나의 친구”라 부르며 친근함을 표시하며 대화를 시작한다. 하지만 대화 내용은 날카로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서양 건너 소통에 관해, 그리고 그린란드, 가자, 우크라이나 문제와 당신의 관세 발표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마크롱 대통령의 메시지는 갈수록 직설적으로 변했다. 그는 “나는 당신이 그린란드에서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그린란드 매입 구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은 유화책을 잊지 않았다. 다보스 포럼 직후 파리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확대 G7 회의를 열자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찬에 초대했다. 국제적 고립을 우려하는 트럼프 대통령 심리를 파고들어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 했던 마크롱 대통령의 외교적 수 싸움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마크롱 대통령 문자 주요 내용.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마크롱 대통령 문자 주요 내용.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밀담을 대중에게 공개하며 마크롱 대통령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그는 이날 문자를 공개하기 직전 프랑스산 와인과 샴페인에 대해 200%에 달하는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프랑스가 본인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한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곧 임기를 마칠 예정”이라며 “그가 위원회에 들어오든 말든 상관없지만, 200% 관세가 적용되면 결국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조롱 섞인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 외에도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나눈 대화 내용도 차례로 공개했다.

외교사에서 정상 간 비공개 소통을 이토록 노골적으로 대중에 드러낸 사례는 찾기 어렵다. 비공개 채널은 정상들이 국내 정치를 의식하지 않고 솔직하게 양보와 절충을 모색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과거 냉전 시절 케네디와 흐루쇼프는 일촉즉발 핵 위기 속에서도 비공개 서신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가에서 잠정적으로 인정하고 있던 이 안전장치를 해체해 버렸다고 평가했다. 정상 간 대화가 언제든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공포는 국제 외교의 기본 전제인 ‘신뢰’를 뿌리째 흔든다. 사적 소통 내용을 공개해 체면이 깎인 상대국 정상은 적대감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덴마크군 병사들이 2026년 1월 18일 그린란드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덴마크군 병사들이 2026년 1월 18일 그린란드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모든 단어가 국내 정치용으로 재단될 것을 우려한 정상들이 강경하고 형식적인 공식 성명만 내놓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타협 공간은 사라지고 실무 외교는 마비될 수밖에 없다. 그린란드, 이란, 베네수엘라를 아우르는 논의거리가 산적한 현재 국제 정세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정상들과 나눈 문자 메시지를 스크린샷으로 공유하는 행위는 각국 정상들이 그를 어떻게 구슬리려 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전례 없는 장면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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