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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자사주 소각하면 5000억원 세금 폭탄”

조선일보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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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자사주 소각하면 5000억원 세금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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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상법 개정안과 관련
경제 8단체 건의서 전달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3차 상법 개정안)의 21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상정을 앞두고, 재계와 학계에서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M&A(인수합병)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불가피하게 보유하게 된 ‘비자발적 자사주’까지 일률적으로 강제 소각할 경우, 기업은 막대한 ‘세금 폭탄’을 맞게 돼 오히려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밸류업의 역설’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M&A로 취득한 자사주를 무조건 소각하도록 하면, 정부 차원의 산업 구조 개편이나 기업의 자체적인 사업 재편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8단체는 이런 우려와 함께 ‘3차 상법 개정안의 합리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고 20일 밝혔다.

재계가 꼽은 대표적인 밸류업의 역설은 SK그룹 지주사 SK㈜ 사례다. 현재 SK㈜가 보유한 자사주는 전체 지분의 24.6%인데, 이 중 15% 지분이 2015년 SK C&C를 흡수 합병할 때 현물 출자를 받으며 생긴 것이다. SK㈜는 이 주식을 사업에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과세를 미뤄주는 특례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법이 바뀌어 이 주식을 강제 소각할 경우 SK㈜는 5000억원에 달하는 법인세(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합병으로 얻은 주식을 소각함으로써 주주들이 이익을 보는 만큼 사실상 배당과 유사하다는 취지다. SK㈜로선 거액의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재무 상황 악화를 우려하는 채권자들이 조기 상환을 요구하거나, 주가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자사주 소각 대신 처분도 가능해야”

정부·여당은 ‘코스피 5000 시대’를 명분 삼아 3월 주주총회 시즌 전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자사주를 무조건 소각하는 것은 경영 자율성 침해 소지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8단체는 SK㈜ 사례처럼 어쩔 수 없이 취득한 자사주는 소각 의무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개정안의 취지가 자사주를 특정 주주에게 유리하게 임의로 활용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인 만큼, 다수 주주나 회사 자체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는 소각 의무를 면제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향후 석유화학 등 산업 구조 개편이 활발하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M&A로 취득한 자사주를 무조건 소각하도록 하면, 사업 재편 속도가 늦어지거나 격변기에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도 제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비자발적 취득 자기주식은 정부가 장려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사주 소각 시점과 처리 방식을 유연화해 달라는 요구도 건의서에 포함됐다. 현재 개정안은 기존 자사주를 1년 6개월 이내 소각하도록 했는데, 이를 2년으로 늘려 달라는 것이다. 소각뿐 아니라 처분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유 자사주를 매각한 현금으로 기업 재무 구조를 개선하거나 다른 투자 활동에 쓸 수 있도록 허용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배임죄 개선은 지연, 상법 개정만 속도전”

경제 8단체는 “국회가 기업들의 우려에도 상법은 1차, 2차, 3차 개정을 잇따라 밀어붙이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데 기업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배임죄 개선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규모 투자나 M&A 등 기업의 전략적 의사 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재계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경영상 불확실성도 커진다”며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3차 개정에 앞서 경영 판단 원칙 명문화 등 배임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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