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그린란드 도발에 맞서 유럽이 경제적 대응을 준비 중
▶ 지난 1년간 트럼프는 경제적 위협과 지지층 이탈에 약한 모습을 보임
▶ 유럽이 달러 자산 비중 축소에 나선다면 미국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
▶ 지난 1년간 트럼프는 경제적 위협과 지지층 이탈에 약한 모습을 보임
▶ 유럽이 달러 자산 비중 축소에 나선다면 미국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수
▶ 미국 밖 새로운 투자처로 AI 강국이자 재정도 안정적인 한국이 유망하게 떠오를 수
1776년 1월, 미국에서 얇은 ‘책 한 권’이 나왔다. 50쪽 남짓. 책이라기보다 팸플릿에 가까운 분량과 형식이었다. 세계 역사를 바꾼 저작으로 평가받는 토머스 페인(Thomas Paine)의 ‘상식(Common Sense)’이다. 페인은 간단하게, 그러나 잔인할 만큼 직설적으로 말한다. 요지는 이렇다.
① 영국은 보호자가 아니라 이익을 챙기는 지배자다.
1776년 1월, 미국에서 얇은 ‘책 한 권’이 나왔다. 50쪽 남짓. 책이라기보다 팸플릿에 가까운 분량과 형식이었다. 세계 역사를 바꾼 저작으로 평가받는 토머스 페인(Thomas Paine)의 ‘상식(Common Sense)’이다. 페인은 간단하게, 그러나 잔인할 만큼 직설적으로 말한다. 요지는 이렇다.
① 영국은 보호자가 아니라 이익을 챙기는 지배자다.
② 화해는 시간만 끌 뿐이고 오히려 비용과 위험을 높인다. (그러니) 독립하자.
그때 북미 식민지는 이미 대륙의회를 중심으로 영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페인의 주장은 독립을 ‘명분’이 아니라 ‘계산’의 영역으로 끌어내린 도화선이었다. 그해 7월 2일 대륙의회는 독립 결의를 통과시켰고, 7월 4일 독립선언을 채택·공표했다. 올해가 미국 독립 250주년이다.
2026년 취임 1주년을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그린란드를 노리면서 250년만에 대서양에 갈등이 최고조다. 트럼프에 맞서야 한다는 여론이 유럽에서 비등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도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의 행보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안보도 기술도 미국에 의존하고, 혁신도 부족한 유럽이 과연 미국에 맞설 실질적 수단이 있을까?
강자에는 약한 도널드…지지기반 위협에는 굴복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전세계에 천하무적처럼 굴었지만 무려 3번이나 아주 약한 모습을 보였다.
먼저 지난 해 4월 9일(현지시간) 트럼프는 4월 2일 부과한 글로벌 상호관세를 중국만 제외하고 90일간 유예했다. 기자들이 이유를 묻자 “국채시장을 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좀 불안해 하더라”고 답했다. 관세 발표 직전 4% 아래이던 국채 금리가 1주일 새 4.5%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는 일본, 유럽, 중국 등이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미국 국채를 내다팔면 금리가 상승한다. 미국 정부는 더 많은 이자를 줘야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 미국에 손해다.
영국과 유럽연합을 합치면 미국 채권(약 40%)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 보다 많다(자료=미국 재무부, 블룸버그) |
지난 해 10월에는 중국에도 사실상 굴복했다. 중국은 트럼프의 관세 공격에 맞서 희토류 수출 통제와 대두 수입 중단으로 맞섰다. 미국 제조업과 방산이 초비상에 들어갔고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미국 대두 산지, 이른바 팜 밸트(Farm belt)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 해 10월 30일 부산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관세를 낮췄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간 유예하고 대두 수입을 재개했다. 이후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도 완화했다.
올들어서도 공화당의 반발에 고집을 꺾었다. 1월 9일 법무부(DOJ)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해 6월 의회에서 한 증언이 위증인지 조사하기 위해 대배심 소환장(Subpoena) 발부했다.
연준 독립 훼손 우려가 쏟아졌다. 특히 상원 은행위원회 틸리스 공화당 의원은 연준 독립성에 대한 위협이라며 ““이 법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트럼프 정부가 지명하는 그 어떤 연준 이사 후보도 인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 일부도 이에 동조했다. 상원 은행위에서 공화당 이탈 표가 나오면 신임 의장 임명은 불가능하다.
직후 백악관의 유력 연준 의장 후보가 케빈 하셋(Kevin Hassett)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서 케빈 워시(Kevin M. Warsh) 전 연준 이사로 바뀌었다. 트럼프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원하고 있다. 비둘기파인 하셋과 달리 워시는 매파로 분류된다.
달러는 힘, 빚은 약점…다카이치 변수
트럼프는 강자에, 지지층 내부의 동요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거의 모든 면에서 미국은 유럽보다 강하지만 단 하나의 약점이 있다. 빚이다.
미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비중(2024년 재무부 TIC서베이)은 각각 18%, 33%에 달한다. 특히 미국 국채는 세계가 함께 떠받치는 자산이다. 증시 하락에는 아랑곳 하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채권시장의 변동성 확대에는 약해졌던 이유다.
블룸버그는 20일 유럽 금융회사와 정부가 보유 중인 10조 달러 상당의 미국 주식과 채권 등이 트럼프를 위협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세계가 달러 자산을 선호하는 이유는 가장 신뢰할 만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달러가 미국이 다른 나라에 압력을 가하는 무기처럼 쓰일 수 있고, 미국에 자산을 두는 게 안전하지 않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금값 사상 최고치 폭등도 달러에 대한 높아진 의심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유럽이 가진 미국 자산은 10조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주식이 6조 달러를 넘는다(자료: 미국재무부, 데이타세트, 블룸버그) |
유럽이 달러 자산을 처분하기는 어렵다. 10조 달러의 상당 부분은 민간 자금이고 유럽 밖 고객이 맡긴 돈도 많다. 무리하게 처분하면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이 크다. 대신 만기도래 채권을 재투자(roll-over) 하지 않고, 주식 비중을 늘리지 않는 방법은 가능하다.
마침 미국의 매력은 낮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미국 밖에는 새로운 투자처가 뜨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비과세하던 해외의 공적 투자자(정부・국부펀드・연기금)에게 투자소득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구체화된다면 세금을 피하기 위한 차익실현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목할 곳이 일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의회 해산과 내달 8일 총선을 선포하면서 20일 일본 장기금리가 폭등했다. 40년 물은 4%를 넘었고, 30년 물도 3.9%에 육박하며 미국과 금리차가 1%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졌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크다.
엔화와 스위스 프랑은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일본의 경제 규모가 커서 엔화는 유동성이 풍부하다. 일본 국채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글로벌 자금 입장에서는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일 경우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침 엔화도 약세다. 환차익 가능성도 크다.
K-주식·채권, 상대적 매력 부각될 수
유럽의 달러 자산 비중 축소는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미국, 중국 다음 수준의 인공지능(AI)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나라다. 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보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아직 밸류에이션은 미국에는 한참 못 미친다.
채권도 유망하다. 한국 정부의 재정 안정성은 주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다. 국채 수익률은 선진국 가운데 미국 다음으로 높다. 원화 약세여서 환차익 가능성도 크다.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승 추이를 보면 한국이 가장 두드러진다. 유럽이 미국과 일본을 앞서는 점도 눈길을 끈다(자료:신한투자증권) |
다만 한국은 외환시장이 좁고 금융시장이 깊지 못하다. 글로벌 자금의 주요 대안이 되기에는 부족하지만 상당한 규모의 틈새 피난처는 될만하다.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심해지고 경제 전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포트폴리오가 재편되면 위기 급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우리 경제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다만 아무리 불안한 시장 상황에서도 피난처는 있기 마련이다. 지금 ‘K-투자’는 글로벌 자금의 피난처로 꽤 유력하다. 다만 후진적 외환제도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약점이다. 외환시장 혁신이 시급하다.
※ 외환시장 혁신은 큰 주제여서 다음 기회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