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린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사진=뉴스1 |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그린란드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유럽과 정면 충돌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20일(현지시간) "오랜 동맹 사이에서 특히 잘못된 선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성까지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가 '무역 바주카'로 불리는 반강압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ACI)을 "주저하지 말고"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부터 덴마크를 지지하는 유럽 8개국에 대해 10% 수입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 주장에 반발해 유럽 국가들이 덴마크 편에 섰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가 중국·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요충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미국이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EU "합의는 합의…친구끼리 악수는 의미가 있어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방침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EU와 미국은 지난해 7월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며 "정치든 비즈니스든 합의는 합의이고, 친구끼리 악수했다면 그 악수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deal is a deal)"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 국민을 단지 동맹이 아니라 친구로 여긴다"며 "우리(관계)를 하강의 악순환으로 몰아넣는 것은 우리가 함께 배제하려는 적들에게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의 대응에 대해서는 "흔들림 없고(unflinching), 단결돼 있으며(united), 비례적인(proportional)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20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그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EU 회원국에 더 이상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진=뉴시스 |
마크롱 "무역 바주카 주저 말아야"
EU가 검토 중인 대응 수단은 크게 세 가지다. ▲보복 관세 ▲미·EU 무역 합의 효력 정지 ▲반강압 수단(ACI) 발동이다. ACI는 '무역 바주카'로 불리며, EU에 부당한 압력을 가한다고 판단되는 국가·개인·기관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보스 현장에서 "반강압 메커니즘은 강력한 도구이며, 오늘 같은 거친 환경에서는 이를 사용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끝없이 쌓여가는 신규 관세의 악순환"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 재무 "심호흡하라…긴장 지켜보자"
반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동맹 균열' 우려를 진화하는 데 나섰다. 그는 "우리 관계는 지금까지 이보다 더 가까웠던 적이 없다"며 무역 상대국들에게 "심호흡을 하고(take a deep breath)" 그린란드를 둘러싼 관세 위협으로 인한 긴장이 "전개되는 과정을 지켜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덴마크는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우리는 갈등을 원한 적이 없고 줄곧 협력을 추구해왔다"고 말했다.
유럽 내부에서는 '더 강한 유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덴마크의 유럽 담당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을 "극도로 부당하다"고 비판하면서도 "무역전쟁을 확전할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스웨덴 국방장관 폴 욘손은 덴마크·그린란드·노르웨이와의 논의 직후 "유럽의 NATO 회원국들이 인프라와 군사 훈련 수요를 파악하는 정찰 방문을 진행 중"이라며, 북극권 안보 강화를 위한 보다 상시적인 군사 주둔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과 통화했다고 밝히며 "다보스에서 여러 당사자들이 만나는 회의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크롱 대통령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며, 다보스 이후 파리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 회동을 갖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대통령실 관계자도 해당 메시지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그린란드, 미국 영토, 2026년 설립"이라는 표지판 옆에 성조기를 꽂는 모습 등 조작 이미지를 게시해 논란을 키웠다. 또 다른 이미지에서는 그린란드와 캐나다가 성조기로 덮인 지도를 배경으로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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