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생리대 가격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며 정부 차원의 위탁생산과 무상 공급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고급화라는 명분 아래 기본적인 생필품에까지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는 공개 비판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20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2회 국무회의에서 “생리대는 해외보다 40% 가까이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며 “싼 것도 만들어서 팔아야 가난한 사람도 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아예 위탁생산해서 무상 공급하는 방안까지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생리대 시장의 구조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들은 고급화해서 비싸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기본적인 품질을 갖춘 저가 제품은 왜 안 만드느냐며 “지금은 부담이 너무 크고, 정부가 지원해주면 속된 말로 바가지를 씌우는 데 세금만 보태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주 기본적이고 필요한 품질을 갖춘 생리대를 싸게 만들어 무상 공급하는 방안을 연구해볼 생각”이라며 “부처에 검토하라고 이미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생리대 생산 기업을 향해서는 “고급이라는 이유로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는 행태를 멈추고, 가격이 낮은 ‘표준 생리대’를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내가 보기엔 그런 제품이 아예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도 “국산 생리대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39% 비싸다고 한다”며 같은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당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제조·유통 과정에서의 부가가치세 등을 원인으로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국내 기업들이 일종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며 “성평등부가 신경 써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라”고 주문했다.
실제 시민단체 조사에서도 국내 생리대 가격은 해외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성환경연대가 2023년 5월 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발표한 ‘일회용 생리대 가격·광고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가격은 해외보다 평균 39% 비쌌다.
이 조사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생리대 513종과 일본·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캐나다·호주·싱가포르 등 11개국의 생리대 69종 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이인애 기자 l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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