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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막아야 하는’ 유럽…국제질서 기둥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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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막아야 하는’ 유럽…국제질서 기둥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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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국방부가 그린란드에서 덴마크 군인들이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을 18일 공개했다. AFP 연합뉴스

덴마크 국방부가 그린란드에서 덴마크 군인들이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을 18일 공개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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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을 막고, 미국을 끌어들이고, 독일을 억제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초대 사무총장인 영국 출신 헤이스팅스 이즈메이가 한 이 말은 2차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주축이던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양안 동맹, 즉 서방 동맹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전후 국제질서는 미국이 주축인 서방 세력이 소련으로 상징되는 반서방 세력을 제압하는 과정이었다. 1991년 소련 해체로 본격화된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에도 나토로 상징되는 서방 동맹은 다양한 국제 사안을 주도하던 국제질서의 기둥이었다.



하지만 서방 동맹의 한 주축이던 유럽은 이제 “미국을 막고, 러시아 및 중국과 타협하고, 독일을 부상시킨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자치령 그린란드를 획득하겠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다른 나토 회원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춘다”며 “그것은 나토 자체,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제공돼온 안보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며, 트럼프의 주장이 단순히 위협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의 상황은 프레데릭센 총리가 경고한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제이디(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8일 그린란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고 위협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14일 미국 백악관에서 미국과 덴마크·그린란드 사이 고위급 회담이 소득 없이 끝나자, 유럽의 8개 나토 회원국은 같은 날 그린란드에서 ‘북극의 인내’ 군사 훈련 실시를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이 군사 훈련에 참가한 유럽 8개국에 “2월1일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10% 관세 부과, 6월부터는 25%로 인상”한다고 위협했다. 다음날인 18일 유럽연합 집행위가 930억유로 규모의 대미 보복관세를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보복관세가 현실화되지는 않더라도, 서로에 대한 불신은 이미 임계점을 지났다고 유럽은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부터 유럽의 효용성을 일찌감치 부정했다.



영국 대외정책 연구소인 채텀하우스의 브론웬 매덕스 소장은 지난 13일 “미국의 동맹국들이 이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 즉 무역과 안보 양 측면에서 미국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것을 서방 동맹의 종말이라고 부르는 것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서방 내부 갈등에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가 “좋은지 나쁜지, 혹은 국제법에 부합하는지 아닌지와 분리해서 생각해볼 수 있겠다”며 “그린란드 병합 문제를 해결하면(그린란드를 차지하면) 트럼프는 역사에 길이 남게 될 거라는 국제 전문가들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음을 에둘러 조롱한 것이다. 20일 중국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는 ‘유럽의 가장 큰 문제는 친구와 적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능력’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유럽이 미국에 제대로 맞서지 않고 “쉽게 휘둘리는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천호성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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