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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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압도적 원전 찬성 여론’을 언급하며 ‘이념과 정치를 배제한 합리적 토론’을 주문한 것은 재생에너지에 무게가 실려 있던 지금까지의 발언과는 온도 차가 확연하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은 물론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까지도 원전 건설은 한국의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에너지 정책이 될 수 없음을 거듭해 강조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압도적 찬성 여론’을 언급한 것 자체를 정책 전환의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주고받은 대화에는 ‘원전 추가 건설을 검토하라’는 명확한 메시지는 없다. 다만 ‘원전 찬성’이 압도적인 국민 여론을 언급한 뒤 “이념 의제화되고 정치투쟁 경향”을 띤 최근의 논의 양상을 지적하고 “충분한 의견 수렴”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원전 증설에 대한 우회적 승인’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을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린다. 당장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재생에너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원전 이슈를 대하는 이 대통령의 기류 변화에는 미래 산업 수요를 고려하면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산업계의 요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한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취약점으로 ‘에너지’를 지목한 게 터닝포인트가 됐다는 관측도 이 대통령 주변에서 나온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16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에이아이와 반도체는 전기를 먹는 하마다. 반도체는 물량이 부족해 못 팔 정도로 가격이 오르는데, 우리가 삼성과 에스케이(SK)가 요구하는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원전 증설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폈다.
한겨레 그래픽 |
여기에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원전 증설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앞지르는 조사 결과가 잇따른 것도 이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휴대전화 면접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는 응답은 54%로, ‘건설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25%)의 두배를 넘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원전 건설 찬성 여론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그동안 원전 논쟁을 회피해온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되니, 대통령까지 나서 ‘압도적 여론’을 들고나온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기 위해 꾸려진 전문가 위원들에게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했다.
서영지 박기용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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