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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처음 본다” 대낮, 도심에 깜짝 등장…멸종위기 동물 ‘어딘가 했더니’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 김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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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처음 본다” 대낮, 도심에 깜짝 등장…멸종위기 동물 ‘어딘가 했더니’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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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순천 조례호수공원에서 발견된 수달. 김광우 기자.

지난 18일 순천 조례호수공원에서 발견된 수달.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순천)=김광우 기자] “그래도 여기 사는 사람들은 자주 봐요”

지난 주말 오후, 나들이객으로 붐비는 한 호수공원. 물가를 거닐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생명체가 등장했다.

그건 바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 동물인 ‘수달’. 그것도 3마리의 수달 가족이 호수 이곳저곳을 헤엄치는 광경이 목격된 것.

지난 18일 순천 조례호수공원에서 수달 3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지난 18일 순천 조례호수공원에서 수달 3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김광우 기자.



수달은 개체 수도 적은 것은 물론, 밤에 활동하고 은신 능력이 뛰어나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의 수달들은 달랐다. 오히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나들이객들을 관찰하거나, 사람들이 몰린 인도 주변을 맴돌며 헤엄치기도 했다.

수달 가족이 거주하는 이곳은 전라남도 순천. 약 10년 전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에서 수달 서식이 확인된 이후, 지속해서 서식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 18일 순천 조례호수공원에서 발견된 수달. 김광우 기자.

지난 18일 순천 조례호수공원에서 발견된 수달. 김광우 기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수달이 서식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오염이 없는 깨끗한 물이 필수. 아울러 물고기, 저서생물, 갑각류 등 먹이가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생태계가 구성돼야 한다. 갈대숲 등 은신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돼야 한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심에서는 갖추기 어려운 조건이다.

아울러 한국에 서식하는 수달(학명 유라시아 수달)은 다수 연구에서 밤·새벽 시간에 활동이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강 일부 구역에서도 서식 개체가 확인되긴 했지만, 대부분 야간 무인 카메라를 통해 포착되는 사례가 많다.

지난 18일 순천 조례호수공원에서 발견된 수달. 김광우 기자.

지난 18일 순천 조례호수공원에서 발견된 수달. 김광우 기자.



심지어 수달은 주변 인간을 피해, 은신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간 활동을 통해 나타나는 소음·빛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스트레스 반응이 올라가기 때문. 실제 다수 연구에서도 사람들의 접근성이 좋은 도심 지역에서는 서식지 점유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전남 순천에서는 대낮, 도심 주변에서 수달 목격담이 쇄도하고 있다. 순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희조(32) 씨는 “최근 시간을 막론하고 집 주변을 산책할 때마다 수달을 보고 있다”며 “순천 시민들한테는 그리 낯설지 않은 동물”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순천 조례호수공원. 김광우 기자.

지난 18일 순천 조례호수공원. 김광우 기자.



밤·낮을 막론하고 수달 무리가 활동한다는 것은 그만큼 생존에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것. 특히 특정 무리가 그 지역의 위험 요소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꾸준히 정착해 왔다는 증거다. 쉽게 말해, 도심에서도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안정적 생태계’라는 것.

순천 도심이 ‘안정적 생태계’로 기능하는 원인은 바로 ‘순천만 습지’. 생태계 기능을 인정받고,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곳이다. 도심 속 수달 출몰이 잦은 동천의 경우 순천만 습지의 상류-연결 수계에 속한 하천. 엄격히 보호되는 생태계가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는 셈이다.

전남 순천 동천에서 발견된 사슴.[X(구 트위터) 갈무리]

전남 순천 동천에서 발견된 사슴.[X(구 트위터) 갈무리]



주목할 점은 비단 ‘수달’뿐만 아니라는 것. 순천의 경우 순천만 생태계를 바탕으로, 각종 야생동물과 시민들이 도심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대표적인 생태도시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아파트 단지 내에서까지 야생동물과 뒤섞여 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순천 봉화산 인근 아파트 단지에 커다란 뿔이 달린 사슴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모습이 목격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는 지난 2010년대 초반 인근 사슴 농장에서 탈출한 4마리가 봉화산에 서식지를 잡은 이후, 지속적으로 번식하면서 무리를 이룬 개체들이다.


전남 순천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된 사슴.[X(구 트위터) 갈무리]

전남 순천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된 사슴.[X(구 트위터) 갈무리]



처음 목격 당시 사슴으로 인한 주민 피해 등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아직 별다른 사고는 보고되지 않았다. 되레 친숙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는 게 주민들의 평가. 최근까지도 봉화산 주변이나 동천에서 사슴무리를 발견했다는 목격담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이맘때쯤 하늘의 풍경도 여타 도시와는 차별점이 있다. 흔한 비둘기 대신 흑두루미, 독수리 등 평소 보기 힘든 철새 떼가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전남 순천 순천만 습지에 모여 있는 철새들. 김광우 기자.

전남 순천 순천만 습지에 모여 있는 철새들. 김광우 기자.



그도 그럴 것이, 겨울철을 보내기 위해 순천만에 찾아오는 철새만 연간 최대 10만 마리. 수백 종에 가까운 다양한 철새가 찾아와 장관을 이룬다. 대표적으로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흑두루미 수천마리가 매년 순천만을 찾는다. 안전한 환경을 갖춘 월동지로 인정받은 셈.

순천이 원래 철새들의 천국이었던 것은 아니다. 순천시는 수십 년에 걸친 습지 복원 및 생태 관리 정책을 통해, 동천~순천만 일대의 수질·먹이망·서식지 등을 재건해 철새와 야생동물의 중요한 서식지로 되살렸다. 꾸준히 생태 기반 도시 전략을 추진한 결과다.


전남 순천 순천만 습지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김광우 기자.

전남 순천 순천만 습지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김광우 기자.



지난해 8월에는 한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정식 회원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 IUCN은 1948년 설립돼 160여개국 1400여 회원 기관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 환경 네트워크다.

순천시 관계자는 “흑두루미와 황새가 함께 머무는 순천만은 생태 도시의 이상을 실현한 공간이자,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응답”이라며 “앞으로도 순천시는 생명의 순환을 이어가며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그리고 세계가 배우는 생태 보전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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