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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허용, 투자자 보호 외면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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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허용, 투자자 보호 외면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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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내림세로 돌아선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내림세로 돌아선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조만간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고배율 레버리지 투자 상품 출시를 허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고환율 대책의 일환으로 미국 증시로 빠져나간 투자자들을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오죽하면 이런 정책까지 구상할까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단기·투기성이 강한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고려할 때 투기 조장과 손실 확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정해진 배율을 곱해 수익률을 반영하는 상품이다. 현재 국내 주식 시장은 2배 레버리지 상품만 허용하고 있으며,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출시할 수 없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고려한 조처다. 반면 미국에서는 3배 등 고배율 상품과 개별 종목을 기초로 한 상품도 거래된다. 이 때문에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가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국외 레버리지 상품 규모는 2020년 2천억원에서 지난해 10월 19조4천억으로 불어났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나스닥에서 가능한 걸 왜 못 하게 하느냐’고 문제 제기를 했고,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 제기가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만은 없다. 주식 투자의 국경이 없어진 마당에 국내에 관련 투자 상품이 없어도 미국에 투자하면 되는 현실에서 굳이 국내에서 상품을 못 팔게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 투자는 국내든 미국이든 매우 위험성이 높은 것은 동일하다. 주식 호황기에는 모두가 돈을 벌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주식 시장은 호황장만 있는 게 아니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 같은 고위험 상품은 하락장에서 손실을 더 키울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이 2009~2023년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성과를 분석한 결과 손실액이 5천억원 가까이에 이르렀다. 개인투자자들의 섣부른 판단과 잦은 매매 등이 손실을 낸 주요 이유였다.



미국과 국내 증시 구조가 매우 다른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위험 관리가 가능한 기관투자자가 중심인 반면 한국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다.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장기 분산 투자를 유도해야 하는 게 시급한 과제인데, 이렇게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개인들을 고위험 시장으로 유도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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