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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객 3만 명 낚은 빗썸 '10만원 이벤트' 집단분쟁조정 검토

서울경제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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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객 3만 명 낚은 빗썸 '10만원 이벤트' 집단분쟁조정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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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 5만명 몰리자 열흘만에
"1회성 거래는 제한" 조건 추가
실제 지원금 지급 2600명 그쳐
변경공지 전 신청 3만명 못받아
소비자원 상담 1700여건 접수
"중대피해 예상···절차개시 검토"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이 지난해 말 진행한 ‘지원금 10만 원 지급’ 이벤트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어나는 가운데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사태가 중대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집단분쟁조정 절차 개시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20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해 12월 말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연동 지원금’ 이벤트를 종료하고 지원금 지급을 마쳤다. 빗썸 API는 시세·종목·호가 정보 조회 등을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인터페이스다. 빗썸은 자사 API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API 거래 이력이 없는 신규 고객이 API를 연동하면 지원금 10만 원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API를 연동한 뒤 원화마켓에서 거래하기만 하면 10만 원을 준다는 소식에 약 2주간 진행된 이 이벤트에는 5만 2600여 명이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벤트 신청자가 급증하자 빗썸이 돌연 이벤트 지급 조건을 변경했다는 점이다. 빗썸은 이벤트 개시 후 약 열흘 후인 지난해 11월 18일 “1회성 거래를 포함해 이벤트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모든 어뷰징 행위에 대해서는 혜택 지급이 제한된다”고 공지했다. 기존에는 1회성 거래를 제한한다는 조건이 없었는데 당초 조건을 충족한 이용자들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거부한 것이다.

실제로 빗썸은 총 5만 2600여 명의 이벤트 참여자 중 5%에 불과한 2600여 명에게만 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거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10만 원의 지원금을 받지 못한 인원은 3만 명에 이르렀다.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30억 원의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이 중 97%는 빗썸이 거래 조건 변경 공지를 하기 전에 이벤트 참여를 신청한 고객이었다. 나머지 2만여 건은 이벤트 신청 후 API 키 미발급, 원화마켓 미거래 등 다른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반려된 건이었다.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지급 불가 통보를 받은 한 소비자는 “기(旣)공지된 모든 거래 조건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빗썸이 ‘내부 심사 기준 미충족’이라는 모호한 사유로 지급을 거절했다”며 “이는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자 부당 행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이벤트 신청 후 하루에 최소 10회씩 거래했는데 지급을 거절당했다”며 “이로 인해 시세 차손, 거래 수수료 등 적지 않은 금액이 지출됐다”고 토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에는 관련 소비자 상담이 지난주 초 기준 1700건 이상 접수되는 등 민원이 폭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민원 및 피해 사례는 소비자원뿐 아니라 금융감독원에도 다수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비자원은 이번 사안이 대규모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집단분쟁조정 절차 개시를 검토하기로 했다. 소비자원이 빗썸 측에 이번 사태에 대한 자율 처리 의사를 물었으나 빗썸이 자율 처리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집단분쟁조정 제도는 50명 이상의 소비자가 같은 제품·서비스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때 소비자단체 또는 행정기관 등이 대신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는 제도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들이 제출한 서류들을 확인·검증하고 있다”며 “개시 여부는 추후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해당 이벤트는 API 거래 활성화를 위해 기획됐으나 이벤트 취지와 무관하게 리워드 수령만을 목적으로 하는 거래 패턴이 다수 확인됐다”며 “기존 유의 사항에 부정 거래 제한 규정을 구체화해 안내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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