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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에너지 패권 선전포고… 2026년, 석유 전쟁의 서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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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에너지 패권 선전포고… 2026년, 석유 전쟁의 서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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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영 기자] 2026년 새해가 밝음과 동시에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 주요 산유국 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폭발하며 국제 유가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단순한 수급 불균형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기존 산유국 동맹인 OPEC+ 간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십 년간 석유 시장의 가격 결정권을 쥐고 흔들었던 OPEC+의 카르텔이 미국의 노골적인 개입으로 인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키려는 자와 되찾으려는 자 사이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에 국제사회가 휘말리면서 유가의 변동성 확대는 물론 글로벌 에너지 질서의 근본적인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한 마디에 국제유가 급등락

지난 1월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 질서 수호를 명분으로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국제 원유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이어진 이란 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당국이 무력 진압으로 대응하며 사상자가 속출하자, 미국이 이를 인권 유린이자 국제 규범 위반으로 규정하고 칼을 빼 든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격렬했다. 올해 초 배럴당 57~60달러 박스권에 머물던 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트럼프의 발언 직후 배럴당 62.22달러까지 치솟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시장 참여자들의 뇌리를 스치며 매수세가 폭주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의 긴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후속 발언으로 반나절 만에 진정세로 돌아섰다. 같은 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군사작전 배제 여부를 묻는 말에 그는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이에 고조됐던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일시적으로 빠지며 WTI 가격은 전일 대비 3.24% 급락한 60.01달러로 마감했다.


유가가 펀더멘털(기초여건)보다는 정치적 레토릭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마두로 축출로 드러난 트럼프의 본심
지난 3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지시로 미군이 항공기 150대를 동원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전역을 공습하고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대량의 마약 혐의와 관련해 마두로를 기소하기 위해 그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군 항공기 150대가 동원되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상공을 뒤덮었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전격 체포됐다. 미 행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대규모 마약 유통을 차단하고 마두로를 관련 혐의로 기소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국제 외교가와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법 처리로 보지 않는다. 한 국가의 현직 정상을 타국 군대가 본토에 침투해 체포한 것은 명백한 주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도, 미국이 이를 강행한 배경에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완성이자 글로벌 에너지 패권의 완전한 장악이라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CNN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우리는 베네수엘라에 막대한 석유 권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박탈당했다. 이를 되찾을 것"이라며 에너지 자원 확보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100여년 전 일군 터전 재건하겠다'
특히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석유를 빼앗는 것이 아닌 '되찾는 것'이라 말한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줬거나, 혹은 앞으로 보여줄 극적인 미장셴을 이해하거나 짐작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석유회사로부터 이익 일부를 로열티로 받았을 뿐 큰 수익은 모두 석유회사가 가져갔다. 당시 전 세계 석유시장을 장악했던 7개 기업 중 5개 기업이 미국 국적이었고, 베네수엘라 석유 사업을 주도하던 석유회사도 미국 국적의 뉴저지 스탠더드오일이었다.

베네수엘라는 이에 반발해 석유회사와 산유국이 이익을 반분하도록 하는 50대 50 정책을 주장했다. 뉴저지 스탠더드오일은 반대했으나 추후 더 큰 반발을 우려해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1943년, 산유국 정부가 지분의 50%를 소유하도록 하는 석유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후 1970년대에 이르자 전 세계 산유국들이 석유의 국유화를 추진했다. 베네수엘라 또한 국영석유회사를 설립해 외국 석유회사들의 지분 일부를 인수했고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석유의 완전 국유화를 이뤘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에너지패권 경쟁의 서막을 여는 첫 표적으로 베네수엘라를 선택한 것은 역사적 맥락에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일환이라는 명분을 챙길 수 있는 동시에 러시아·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계산도 담겼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가 대통령에 취임한 시점부터 러시아와 협력을 확대해왔다. 2013년 정권을 잡은 마두로도 친러 노선을 지속해왔다. 최근에는 중국과도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통제를 벗어난 것을 넘어 러시아·중국과 손잡게 되는 시나리오가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백악관 대변인 테일러 로저스는 지난 6일(현지시간) CNN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 모든 석유회사들은 불법적인 마두로 정권에 의해 파괴된 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 재건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준비가 기꺼이 돼 있다"며 "미국 석유회사들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해낼 것이며 미국의 위상을 드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패권 장악에 대한 실행 의지를 국제사회에 명백히 선언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OPEC+의 팽팽한 줄다리기

미국의 이 같은 공격적인 행보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축이 된 OPEC+는 전례 없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2016년 결성 이후 생산량 조절을 통해 유가를 방어해 온 이들의 영향력이 미국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산유국들에 석유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국가 재정과 외교력을 지탱하는 핵심 무기다. 고유가는 단기적으로 재정에 도움이 되지만, 셰일오일과 같은 대체재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반대로 저유가는 경쟁자를 말라 죽여 시장 점유율을 지킬 수 있지만 당장의 국가 부도 위기를 감수해야 한다. OPEC+는 이 미묘한 균형 위에서 줄타기해왔다.

그러나 2020년 팬데믹 당시 러시아와 사우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며 벌였던 유가 전쟁이 보여주었듯 OPEC+ 내부의 결속력은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살얼음판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장악해 공급망을 통제하고 가격 결정권까지 가져가려 한다면 OPEC+는 가격 방어 수단을 잃고 무력화될 수 있다.


'배럴당 50달러' 전략 통할까
트럼프 행정부가 그리는 최종 목표는 배럴당 50달러 시대로 요약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로이터(Reuters)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앞으로 수년간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장악하면 유가를 배럴당 50달러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보좌관에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엑손모빌, 셰브론 등 주요 석유사 임원들과 만나 "미국 거대 석유회사들이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에 최소 100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이 계획"이라고 밝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장악에 대한 일관적인 기조를 보였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석유 장악은 OPEC의 큰 골칫거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몇십년간 석유패권을 쥐고 유가를 주무르던 OPEC의 전통적 위상이 트럼프의 적극 공세에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특히 '배럴당 50달러'는 많은 산유국들에게 생존의 마지노선이다. 전체 예산의 대부분을 석유 판매 수익에 의존하는 국가의 경우 유가가 50달러 선을 하회하면 국가 예산에 막대한 공백이 생긴다. 이들에게 '배럴당 50달러'는 국가 경제를 뒤엎을 수 있는 위협으로 작용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낙관적인 전망만 내놓고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이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낙수효과로 물가가 하락해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미국 석유회사들은 수익 감소를 우려해 반발할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석유는 달러로 거래한다'는 규정으로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고 달러 가치를 안정시켜왔다. 달러로 석유의 목줄을 쥐었던 미국이 이제는 글로벌에너지패권을 완전히 가져오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26년 국제유가, 어디로 흘러가나
2026년은 트럼프의 마두로 축출을 시작으로 미·중 갈등, 중동 분쟁, 러우전쟁 등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가 혼재돼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급 증가, 재고 확대, 수요 둔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유 시장이 저유가 안정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지만 지정학적 이슈에 즉각 반응하고 작은 공포에도 크게 요동치는 유가 특성상 낙관적인 시각만 갖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미국이 글로벌에너지패권 장악을 위해 연초부터 마두로 축출이라는 노골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몇십년간 공고히 유지된 OPEC 중심의 에너지패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올해는 국제유가의 단기적 변동보다는 상위 차원에서 움직이는 에너지패권의 구조적 재편에 더 큰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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