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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시승기]정석의 진화… 혼다 ‘CR-V’ 30년 내공 입증

동아일보 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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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시승기]정석의 진화… 혼다 ‘CR-V’ 30년 내공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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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선택할 때 승차감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요소다. 특히 한국 도로 환경에서는 더 그렇다. 노면이 움푹 파이거나 고르지 않은 구간이 너무 많다. 시내와 고속도로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이음매, 좁은 골목길의 잦은 과속방지턱도 운전자와 탑승객 모두에게 피로감을 준다. 그런 점에서 혼다 CR-V는 주행 시작부터 호감도를 단번에 끌어올리는 차였다.

30년 이어온 CR-V
손색없는 SUV 정석


CR-V는 외관부터 전형적인 ‘승용차 기반 SUV’의 정석을 보여준다. 큼지막한 차체는 단단하고 웅장한 인상을 주지만, 불필요하게 과장된 디자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안정적인 비율과 균형 잡힌 실루엣을 통해 일상에서 부담 없이 탈 수 있으면서도 체급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신형 CR-V 하이브리드는 혼다 패키징 기술이 집약된 모델이다. 전면에는 직사각형에 가까운 글라스 디자인을 적용하고, A필러와 후드 형상을 최적화해 시야를 대폭 확장했다. 프런트 필러 단면과 미터 바이저 형상은 노면과 평행한 시야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운전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주행 방향으로 집중시킨다.

차체 크기를 적극 활용한 실내 공간도 강점이다. 전장 4705mm, 휠베이스 2700mm를 기반으로 세단에 가까운 편안한 드라이빙 포지션을 구현했다. 스티어링 휠 조작 시 시트와 어깨가 자연스럽게 밀착되는 구조를 갖춰 장시간 운전에서도 안정감을 유지한다. 뒷좌석 역시 공간감이 뛰어나다. 중형 SUV임에도 대형 SUV에 가까운 레그룸과 헤드룸을 제공해 동승자 만족도가 높다.

패밀리 SUV 배려 듬뿍
직관적 디자인도 강점


운전석에 앉으면 큼지막한 스티어링 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손에 닿는 감촉은 부드럽고, 조향 시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다. 차체가 높은 편이라 시야 확보도 유리하다. 전방과 측면 시야가 탁 트여 있어 도심은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여유 있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실내 전반 구성은 직관적이다. 전면 인테리어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다. 검정 계열 중심으로 정리돼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얇은 띠형태로 이어지는 벌집 모양 송풍구 디자인은 CR-V만의 차별화 요소다.


센터 콘솔에는 컵홀더 2개와 동급 최대 수준인 9리터 용량 암레스트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다. 무선 충전 패드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이런 세세한 배려는 CR-V가 패밀리카로서의 역할까지 충실히 고려한 모델임을 보여준다.

CR-V에서 특히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는 2열 도어 개방각이다. 도어는 거의 180도에 가깝게 열려, 일반적인 SUV(약 160도 내외)와 비교했을 때 체감 차이가 상당하다. 아이를 태우거나 짐을 싣고 내릴 때 훨씬 수월한 장점이 있다. 적재용량은 최대 2166리터 까지 확장돼 동급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단순한 수치 이상의 실질적인 편의성을 제공하는 요소다.

불규칙 노면에도 승차감↑
광범위한 EV 모드 활성화

CR-V 하이브리드 주행 감각은 ‘부드러움’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출발 순간에는 전기 모터가 먼저 개입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가속은 매끄럽게 이어진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차체는 더욱 안정적으로 노면에 밀착된다.


CR-V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역시 승차감이다. 과속방지턱이나 노면이 고르지 않은 상황에서도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낸다. 험한 길에서도 차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주행을 이어갔다. 장거리 이동이 잦은 운전자라면 이 같은 장점을 더욱 분명히 체감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CR-V 진가를 배가 시킨다. 이 차는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줄이고, 필요할 때만 가솔린 엔진이 개입하는 방식이다. 저속 주행이나 정체 구간에서는 EV 모드가 적극적으로 작동해 연료 소모를 최소화한다.

특히 시속 60~80km 구간에서도 EV 모드가 유지되는 점은 인상적이다. 가속 페달 조작 강도에 따라 전기 주행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B 모드를 활용하면 회생 제동을 통해 배터리 충전을 적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오르막길에서는 EV 모드가 비활성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CR-V는 강력한 전기 모터 덕분에 완만한 오르막 정도는 전기 주행으로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6세대 CR-V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완성도 개선


혼다 6세대 CR-V 하이브리드는 새롭게 개발된 2.0L 직분사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E-CVT를 결합한 4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직관적이면서도 즉각적인 가속 반응이 특징이다. 고속도로 합류나 정체 구간에서의 추월 상황에서도 하이브리드 최고 수준의 응답성을 바탕으로, 가속 초반부터 지속적이고 여유로운 가속 성능을 발휘한다.

도심 주행에서도 진화는 분명하다. EV 모드에서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될 때 발생하기 쉬운 가속 지연 현상을 효과적으로 해소해 주행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다.

파워트레인의 핵심인 2.0L 직분사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토크 18.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고압 연료 직분사 시스템과 멀티 스테이지 분사 기술을 적용해 최소한의 연료로도 효율적인 연소를 실현했다. 정숙성 역시 한층 강화됐다. 혼다 차량 최초로 올 우레탄 엔진 커버와 소음·진동 흡음재를 적용해 엔진 소음과 진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누적 주행거리 617km 기준 평균 연비는 약 13.4km/ℓ를 기록했다. 장거리에도 공식 연비(사륜구동 기준 14.0km/ℓ)에 맞먹는 연료효율성을 보였다. 일상생활에서 전기와 내연기관을 자연스럽게 혼용할 수 있어 연료비 부담도 크지 않다는 얘기다.

플래그십 수준 편의사양 반영
에어백 10개 승객 전방위 보호


장거리 주행 시 혼다 센싱을 활용하면 차간 거리 유지와 차로 중앙 유지 성능이 안정적으로 작동해 운전 피로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개선된 혼다 센싱은 기존 기능에 더해 후측방 경보 시스템(BSI)과 크로스 트래픽 모니터(CTM)가 새롭게 적용돼 차선 변경이나 후진 시 주변 차량을 보다 정밀하게 감지한다.

차체 안전성 역시 혼다의 독자적 기술력이 반영됐다.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ACE™ 바디 구조를 적용해 사고 발생 시 탑승객 보호 성능을 높였다. 여기에 개선된 10에어백 시스템을 탑재해 전방, 측면, 커튼 에어백을 포함한 전방위 안전 체계를 구축했다.

이 같은 안전 성능을 바탕으로 CR-V는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차량 안전도 평가에서 7년 연속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안전성이 이번 신형 모델에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신뢰도를 높인다.

편의 사양도 사용자 중심으로 개선됐다. 새롭게 사이드 미러 열선 기능과 2열 시트 열선 기능이 추가돼 겨울철 주행과 동승자 편의성이 향상됐다. 또한 짐 적재 시 보관 편의성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토너 커버가 새롭게 적용돼 트렁크 공간을 보다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화려함보다는 완성도로 승부하는 SUV다. 뛰어난 승차감, 안정적인 주행 성능, 그리고 효율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왜 이 모델이 3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 왔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합리적인 유지비를 원하는 소비자, 무엇보다 승차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지금도 여전히 가장 현실적이고 믿음직한 선택지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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