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찬진 금감원장. /뉴스1 |
“주가 조작범을 패가망신시키겠다”며 야심 차게 출범한 금융 당국의 ‘주가 조작 근절 합동 대응단’이 좀처럼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과 10월 1·2호 사건을 발표한 후 3개월이 지났지만, 3호 사건은 아직도 발표 소식이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합동 대응단 운영 방식 등을 두고 충돌할 조짐입니다.
금융위는 합동 대응단을 성공적인 협업 모델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합동 대응단은 금융위·금감원·한국거래소 인력으로 구성됐습니다. “강제 조사 권한을 가진 금융위 직원들이 실무 역량을 갖춘 금감원과 거래소 직원들을 지휘해 주식시장을 어지럽히는 범죄 행위를 신속하게 단속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올해 상반기 안에 합동 대응단은 1팀에서 2팀 체제로 확대되고 인력도 37명에서 62명으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반면 금감원에선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현재 21명을 합동 대응단에 파견한 금감원은 상반기 중 자본시장조사 3국 인력 전부에 더해 1·2국 인력 일부까지 끌어다 총 35명으로 파견 인력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합동 대응단이 사건을 자체적으로 포착하지 못한 채, 금감원에서 맡던 사건들 일부를 가져다가 조사하는 데 그친다”는 말도 나옵니다. 금감원에선 “안 그래도 바쁜데 합동 대응단 업무까지 떠맡으며 사건 처리 시간만 길어지고 있다”고도 합니다.
두 기관 간 마찰은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대 추진과도 맞물려 있다는 게 금융권 분석입니다. 금감원은 최근 주가 조작 등 금융 범죄나 기업의 회계 부정 등에 대해 금감원 특사경이 발 빠르게 나설 수 있도록 ‘인지 수사권’을 부여해 달라며 금융위에 ‘특사경 활용도 제고 방안’을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를 ‘월권’으로 보고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TF(태스크포스)’를 누가 주도할지를 두고도 두 기관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뒷말이 나옵니다. 기관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주가 조작 근절, 금융 시스템 선진화라는 목표에서 멀어질까 우려됩니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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