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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를 두고 유럽에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미 보복 카드로 미국 자산 매각이 거론된다. 이는 관세에 관세로 맞대응하던 과거의 문법을 넘어 자본을 무기화하는 것이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보유한 미국 자산은 10조달러(약 1경4700조원)가 넘는다.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대상으로 지목한 영국과 노르웨이를 합치면 더 많다. 블룸버그는 유럽이 미국 국채의 약 40%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이른바 '셀 아메리카'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 등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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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달러 미국 자산' 유럽 최후의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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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린란드 확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유럽을 몰아세우자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이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검토할 수 있는 방안으로 미국 자산 매각 같은 자본 무기화를 거론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EU는 미국을 상대로 930억유로(약 159조7800억원) 규모의 보복 관세와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nti-Coercion Instrument·ACI) 발동을 시사한 상태다. 자본 무기화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무역 분쟁이 금융 분쟁으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도이치뱅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수석 외환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유럽은 그린란드를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막대한 미국 국채도 보유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약점은 막대한 대외 적자를 통해 재정을 충당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 동맹의 지경학적 안정성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유럽이 계속 이런 역할을 맡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만약 유럽이 미국 자산 투매에 나선다면 미국 채권과 주식, 달러가 동반 하락하면서 경제적 타격을 줄 공산이 크다. 이미 시장에선 미국과 유럽 간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 국채 가격과 달러가 내림세를 타며 셀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움직임이 고개를 들던 터다. 뉴욕증시 주가지수선물도 20일 개장을 앞두고 일제히 약세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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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민간이 소유…"현실화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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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유럽이 실제로 미국 자산 매각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처럼 정부 소유의 자산도 있지만 대부분은 민간 기관이나 투자자들이 소유해 정부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투자자들이 정치적 이유에 설득돼 매각에 나설 순 있지만 미국 자산을 유의미하게 줄이도록 강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특정 국가에 대한 최대 투자 비중을 의무화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뿐이라고 FT는 지적했다. FT는 유럽이 미국 자산을 헐값에 매각한다고 해도 대량의 자산을 받아줄 투자자가 있을지 불확실하단 점도 지적했다.
ING의 카스텐 브제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이 미국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지렛대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더 온건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라면서 "EU가 민간 투자자들에게 달러 자산을 강제로 매도하게 할 수단은 거의 없다"며 "할 수 있는 건 유로화 자산 투자를 유도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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