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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지연에 현지 불만 증폭…돈 쓰고도 욕먹는 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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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지연에 현지 불만 증폭…돈 쓰고도 욕먹는 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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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시행 2년 전 실시하는
예비조사 연말·연초에 몰려
전문가 공모 작업이 어렵고
다른 사업 조사시기와 겹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치밀하지 못해 정작 우리 돈을 쓰고도 원조받는 국가로부터 불만을 듣는 일이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뉴시스

감사원. 뉴시스


감사원은 20일 이러한 내용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이 최근 3년 내 종료된 100억원 이상 규모 사업 24개를 조사한 결과 20개가 당초 계획했던 사업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 각각 1년에서 최대 6년씩 늦어졌다.

2015년 4월 네팔은 누와꼿군 강진으로 지역 공공 보건의료시설 84%가 완파되자 보건소 10곳을 조립식으로 연내에 지어달라고 코이카에 요청했다. 그러나 기자재 통관 지연, 시공사 변경 등으로 완공이 2년 이상 지연됐다. 조속한 완공을 위해 부지를 공동 매입했던 주민들의 불만이 컸다. 보건소 10곳은 2018년 3월∼10월 사이에야 네팔 측에 넘겨졌다.

우즈베키스탄 동부 공업지역인 페르가나에 직업훈련원을 짓는 사업도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건물뿐만 아니라 근무할 교사도 양성·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코이카는 훈련원 준공·개원 일정이 2022년 6월로 지연됐는데, 교사 28명에 대한 교육훈련은 일정 조정 없이 개원 1년 전부터 실시했다. 결국 양성된 교사들은 1년간 허송세월하다 8명만 남아 근무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라오스는 2015년 출입국 업무 시스템 개발을 요청했으나 우리 측 절차가 지연되자 2017년 “자체 개발하겠다”며 요청을 철회했다. 비슷한 시기 캄보디아 국가지급결제시스템 구축사업도 우리 측 절차가 지연되는 사이 해당국이 일본 기업과 손잡고 2020년 별도 시스템을 만들어 개통했다. 우리 측 지원으로 구축된 시스템을 활용한 캄보디아 내 연간 자금이체 건수는 2만4000여건으로 전체의 0.00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런 일이 반복된 주요 원인은 사업 설계·기획이 충실하지 못했고, 상대국과의 의사소통이 부실했기 때문이었다. 네팔 보건소 사업의 경우 조립식 기자재를 충분히 현지 조달할 수 있었는데도 기획 단계에서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이를 간과한 것으로 지적됐다.


코이카 사업의 예비조사 시점도 사업 지연 원인으로 꼽혔다. 예비조사는 사업 시행 2년 전 실시한다. 코이카 내부 일정상 2월 전에 조사를 마쳐야 한다. 예비조사에 대학교수의 참여 비중이 높아 주로 방학 기간을 활용하다 보니 연말·연초에 조사가 집중되고 있다. 시기상 예비조사에 참여할 전문가 공모가 잘 이뤄지지 않고, 다른 사업 기획조사와 겹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원은 지적사항들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코이카에 통보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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