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이달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도중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샤오미 15 울트라’를 선물했습니다. 당시 스마트폰을 살펴보던 이 대통령이 “통신 보안은 잘되냐”고 묻자 시 주석이 웃으며 “뒷문(백도어)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라”고 대답해 화제가 됐죠. 이달 5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이 선물한 샤오미 15 울트라로 부인 김혜경 여사, 시 주석 부부와 셀카를 찍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방한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분홍색 삼성 갤럭시 Z플립7을 선물했습니다. 두 정상은 이 스마트폰으로 함께 셀카를 찍으며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했습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외교 무대에서 스마트폰을 선물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경제 성장을 이끄는 기술력 과시와 협력의 의미도 있지만, 이를 활용한 기념사진은 비공식적 외교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샤오미 스마트폰은 169만9000원 상당의 ’15 울트라' 모델입니다. 당시 샤오미의 최신 스마트폰은 샤오미 17 프리미엄이었지만, 시 주석이 구형 제품인 15 울트라를 선물한 이유는 이 제품이 지난해 3월 한국에 정식 출시됐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15 울트라의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들었습니다. 샤오미 17 모델의 경우 디스플레이가 삼성제품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0%대로 부진한 샤오미 입장에서는 시 주석의 행보가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샤오미코리아는 이 대통령과 시 주석 부부의 셀카가 화제가 된 직후 이달 6일부터 ‘인생 샷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종에 상관없이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하는 사진 공유 이벤트를 통해 올리면 추첨을 통해 기념품을 제공하는 것이죠.
이재명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달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 오찬에서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 |
이 대통령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선물한 삼성 갤럭시 Z플립 7은 멜로니 총리가 가장 좋아하는 분홍색이었습니다. 이는 방한에 동행한 그녀의 딸 지네브라가 K-팝 열성 팬인 것을 감안한 것이기도 합니다. 멜로니 총리가 방한을 위해 전용기에서 내릴 때 손에는 블랙핑크 응원봉이 들려 있었습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나 자신의 딸이 “전 세계에서 가장 열광적인 K-팝 팬”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블랙핑크 콘서트에 딸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외교 무대에서 선물은 단순한 물품 교환을 넘어 상대방의 호감을 얻고 국가 간 관계를 형성·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가령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이 사용하던 만년필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 펜 멋지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이 펜으로 오늘의 합의문에 서명했다”며 즉석에서 펜을 선물했습니다. 만년필은 앞으로 관계를 함께 써 내려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선물이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5년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롄잔 대만 국민당 주석과의 회담을 기념해 판다 한 쌍을 선물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당시 집권당인 민주진보당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이후 2008년 12월 중국에 우호적인 마잉주 국민당 총통이 집권한 뒤인 2008년 12월 선물이 전달됐습니다. 2022년에는 주한일본대사관이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설 선물 상자에 독도 일출 그림이 그려져 있어 다른 의도가 있다며 반송한 적이 있습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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