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로 GDP 손실 4.8%"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진=김종택 |
기업이 성장해 고용을 늘릴수록 규제와 조세 부담이 불어나는 한국 특유의 '성장 페널티(Growth Penalty)'가 경제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규모별 차등 규제만 완화해도 100조원이 넘는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로 인한 GDP(국내총생산) 손실은 약 4.8%(2025년 기준 약 11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에 따른 규제 장벽만 완화해도 최근 3년간(2022~2025년) 누적 경제성장분(약 103조원)을 웃도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날 SGI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 원인 진단과 기업생태계 혁신 방안'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50인, 300인 등 특정 구간에서 규제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성장을 멈추거나 기업을 분할하는 '안주 전략(Bunching)'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전략이 기업과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기업 규모별 차별 규제가 성장의 족쇄라면 경직된 노동시장은 그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와 고용 조정이 어려운 노동 구조가 결합해 경제 전반에 과도한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SGI는 또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가 '진입-성장-퇴출'이라는 기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차단해 영세 소기업 중심 구조를 고착화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소기업이 5년 뒤에도 10~49인 규모에 머무는 비율은 최근 60%에 육박해 1990년대(40%대)보다 크게 높아졌다.
성장 사다리도 사실상 끊겼다. SGI에 따르면 소기업이 중규모 기업으로 도약할 확률은 과거 3~4%에서 최근 2%대로 낮아졌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0.05% 미만으로 떨어져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조차 시장에서 나가지 않는 퇴출의 병목 현상도 심각하다. 과거 60%에 달하던 기업 퇴출률은 최근 40% 아래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경쟁력을 잃은 기업이 시장에 잔존하면서 인력과 자본을 붙잡아 두고 있어 혁신 기업으로 이동해야 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규제 역설로 한국의 기업 생태계는 선진국과 정반대 구조로 변질했다는 것이 SGI의 진단이다. 생산성이 높은 중견·대기업이 고용을 주도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영세 소기업에 인력이 과도하게 몰리며 경제 전체가 저생산성의 늪에 빠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제조업에서 소기업(10~49인)의 고용 비중은 42.2%로 OECD 평균(22.7%)의 두 배에 가깝다. 반면 대기업(250인 이상)의 고용 비중은 28.1%에 그쳐 OECD 평균(47.6%)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SGI는 해법으로 △Up-or-Out(성장 아니면 탈락) 지원 체계 구축 △투자 중심의 자금 조달 생태계 조성 △성장 유인형 정책 지원 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나 관건은 현장에서의 속도감 있는 이행"이라며 "규제와 조세 제도의 과감한 재설계를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인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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