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메트로신문사 언론사 이미지

규모별 규제에 막힌 기업 성장…GDP 111조 손실

메트로신문사 원관희
원문보기

규모별 규제에 막힌 기업 성장…GDP 111조 손실

속보
코스피 13일 만에 4,880선 하락 마감
상의 SGI 분석, 기업 규모별 규제와 노동시장 경직성 겹쳐 GDP 4.8% 손실
5년 뒤에도 소기업 안주 비율 60%…성장 사다리 사실상 단절
소기업 생산성, 대기업의 30% 수준…격차 OECD 최대

기업이 성장해 고용을 늘릴수록 혜택은 사라지고 규제와 조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한국 특유의 '성장 페널티(Growth Penalty)'가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발표한 '한국 경제의 저성장 원인 진단과 기업생태계 혁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50인·300인 등 규제 장벽 앞에서 인위적으로 성장을 억제하거나 분할을 선택하는 이른바 '안주 전략(Bunching)'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GI는 이러한 행태가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저성장을 고착화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SGI는 "기업이 성장을 멈추면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의 채용 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소기업으로 인력이 몰리면서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하락한다"며 "여기에 경직된 노동시장까지 더해져 실업이 늘거나 비효율적인 부문에 배치된 인력이 고착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SGI가 구조적 모형을 활용해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업생태계 왜곡으로 발생하는 GDP 손실은 약 4.8%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25년 기준 약 111조 원 규모로, 최근 3년간(2022~2025년) 국내 GDP 누적 증가액(약 103조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SGI는 기업 성장 사다리가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점도 지적했다. 소기업이 5년 뒤에도 10~49인 규모에 머무는 비율은 최근 60%에 육박해 1990년대(40%대)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소기업이 중규모 기업으로 도약할 확률은 과거 3~4%에서 최근 2%대로 낮아졌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0.05% 미만으로 떨어져 사실상 차단된 상태라는 분석이다.

SGI는 해법으로 ▲Up-or-Out 지원 체계 구축 ▲투자 중심 자금 조달 생태계 육성 ▲성장유인형 지원 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단순히 기업 연령이나 규모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매출·고용 증가 등 성과를 기준으로 스케일업 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성과가 없는 기업에 대한 지원은 과감히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담보 위주의 대출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활성화와 민간 모험자본 확대를 통해 투자 중심의 성장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SGI는 성장 유인형 조세·지원 체계로의 전환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기업이 일정 규모를 넘는 순간 혜택은 사라지고 규제와 의무가 급격히 늘어나는 이른바 '계단식 규제'가 기업들의 성장 의지를 구조적으로 꺾고 있다는 지적이다. SGI는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기본공제를 신설하고, 투자·고용 확대 등 국가 경제 기여도에 비례해 추가 공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성장이 곧 혜택'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이나, 관건은 현장에서의 속도감 있는 이행"이라며 "규제와 조세 제도의 과감한 재설계를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인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