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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지방 12개 제조업 도시, 전국 평균만큼 생산성 높였으면 인구 500만 늘었을 것”

조선일보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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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지방 12개 제조업 도시, 전국 평균만큼 생산성 높였으면 인구 500만 늘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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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김선함 연구위원,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 보고서 발표
수도권 집중 분산하려면 지방의 ‘생산성’ 높이는 게 핵심
“재정 퍼붓기론 한계, 세종을 보라”
기업, 인재 육성과 선별적 산업정책으로 지방 생산성 높여야
경남 거제·구미, 전남 여수 등 쇠락한 지방 제조업 도시 12곳의 생산성이 2010년대에 전국 평균 수준으로만 성장했어도 이들 도시로 500만명이 유입되고, 50%에 달하는 수도권 인구 비중이 40%대 초반까지 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뉴스1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뉴스1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선함 연구위원은 20일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 인구분포 결정요인과 공간정책 함의’ 보고서를 통해 이런 내용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며 “2010년대 비수도권 산업도시들의 생산성 감소가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지방 제조업도시, 생산성 감소로 직격탄

보고서에 따르면 거제·통영·여수·천안·광양·양산·구미·포항·군산·창원·아산·울산 등 비수도권 제조업 도시 12곳은 2010년대 생산성이 크게 감소했다. 조선업 불황,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 철강 산업 침체 등이 반영된 결과다.

만약 이들 도시의 생산성이 2010년 수준으로만 유지됐다면 2019년 수도권 인구 비중은 47.2%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됐다. 수도권과 다른 비수도권 도시에서 각각 100만명 가량이 유출돼 12개 제조업 도시에 약 200만명이 유입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더 나아가 이들 도시가 전국 평균 수준으로 성장했다면 수도권 비중은 43.3%까지 떨어지고, 12개 도시로의 인구 유입 규모는 500만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비수도권 산업도시들의 생산성이 함께 증가했다면 수도권 집중 추세가 완전히 반전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2010년대 산업도시 생산성이 감소하지 않았다면 경기도 시군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도시들의 생산성이 증가했더라도 수도권 비중은 2005년 수준(47.4%)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막대한 재정 투입한 세종, 생산성 증가 제한적

보고서는 막대한 재정 투입만으로는 지역 균형 발전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세종시가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정부는 2006~2019년 세종에 연평균 약 6000억원씩 총 8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 결과 인구수용비용(도시가 추가 인구를 받아들이는 데 드는 비용)은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인프라 건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10년대 이후 생산성 증가율은 오히려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2010~2019년 세종시의 생산성 증가율은 6.4%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판교테크노밸리가 있는 성남시는 49.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김 연구위원은 “2019년 기준 수도권 비중을 46%로 낮추려면 대전·세종·광주·울산·부산·대구·원주 등 7개 거점도시에서 평균 8.2%의 생산성 개선이 필요한데, 이는 대전광역시의 2010년대 증가율(8.7%)에 준하는 수준”이라며 “재정투자를 통해 7개 거점도시 모두에서 이런 생산성 향상을 촉발하고 유지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성공하더라도 수도권 비중이 여전히 46%에 달하므로 거점도시 육성 전략의 한계가 명확하다”며 “인구분산을 목적으로 거점도시를 육성할 경우 생산성 제고라는 구체적 목표하에 대상 지역을 선별해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공급 넘어 생산성 제고로 정책 전환해야”


보고서는 균형발전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한 방향도 제시했다. 먼저 인프라 공급을 넘어 지역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정책수단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재정투자를 기업과 인재의 이동·양성, 선별적 산업정책에 집중해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비수도권 격차를 줄이려면 비수도권 내부의 격차는 일정 정도 용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신도시를 조성하기보다 세종시 및 소수 비수도권 대도시에 집중해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하고 집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방 민심 등을 고려해 불필요하게 낙후된 도시를 새로 재건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란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쇠퇴가 불가피한 소도시에 대해서는 인프라 투자 대신 주민 이주 비용 보조나 정액 정주지원금 지급 등 직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2005~2019년 전국 161개 시·군의 생산성, 쾌적도, 인구수용비용 등을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냈다. 분석 결과 2005~2019년 수도권의 생산성은 20%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은 12.1% 증가에 그쳐 수도권의 상대적 우위가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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