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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줄테니 車 공장 지어라”…난감한 현대차

헤럴드경제 정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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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줄테니 車 공장 지어라”…난감한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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加, 잠수함 사업에 ‘車 공장’ 조건
캐나다 車경쟁 심화, 채산성 의문
현대차, 260억弗 북미투자 진행중
“기업 결정에 맡기는 게 합리적”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캐나다 정부가 60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 입찰 조건으로 자국 내 자동차 공장 설립을 요구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캐나다 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운 현대차로서는 북미 추가 투자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대형 방산 사업과 연계된 양국 정부의 요구를 가볍게 넘길 수도 없어서다.

20일 외신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대규모 방산 발주를 지렛대로 자국 내 제조 기반 확충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의 상호관세 충돌 이후 자동차 공급망 자립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은 계약 금액만 약 20조원, 유지·보수까지 포함하면 최대 6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을 앞두고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유지보수를 위한 인프라 조성과 더불어 한국에 현대차의 현지 공장 설립을 입찰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방산을 넘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희토류 광산 개발, 소형모듈원전(SMR), 고속철도 등 캐나다 기간산업 전반에 걸친 투자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한국 정부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를 따내기 위해 현대차에 지원사격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캐나다 현지 투자에 쉽사리 나서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현대차가 캐나다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지만, 이미 수백억달러 규모의 북미 투자를 단행한 상황에서 추가 투자를 단행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캐나다 판매량은 14만6184대로 전년 대비 11% 증가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을 이끈 것은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투싼이다. 투싼은 지난해 4만1840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40% 증가, 현지 판매 실적을 견인했다. 이 같은 성과는 캐나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가 1만2000대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로,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캐나다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판매 순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위를 유지했지만 성장률은 주요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높았다. ▷1위 포드 27만9505대(전년 대비 4% 증가) ▷2위 토요타 21만6258대(3% 증가) ▷3위 쉐보레 15만3046대(1% 감소) ▷4위 현대차 14만6184대(11% 증가) ▷5위 혼다 12만8449대(4% 증가) 순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캐나다 성과는 더 크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8221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7% 성장했고, 기아도 9만4622대를 기록하며 9.2%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현대차·기아 합산 판매량은 약 25만대로, 미국 판매량(약 184만대)에 비해 비중은 14% 수준이지만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라는 평가다.

문제는 캐나다의 협상 전략이다. 캐나다는 중국과의 협상에서도 ‘자동차’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해 포괄적 무역 합의에 전격 합의했다.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던 100% 관세를 약 6% 수준으로 대폭 낮추고, 약 4만9000대의 중국 전기차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카니 총리는 이 합의가 향후 3년간 중국 기업의 합작 투자를 유도해 캐나다 내 전기차 제조와 공급망 구축,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로서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이미 캐나다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토요타는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로, 지난해에만 53만7518대를 현지 공장에서 만들었다. 포드 역시 연내 생산 공장을 재정비해 연 10만대 규모 생산 시설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폭스바겐도 배터리 자회사인 파워코를 통해 10조원을 투입, 캐나다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짓고 있다.


현대차의 고민은 국내 일자리 문제와도 맞물린다. 현재 현대차는 한국과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을 캐나다로 수출하고 있다. 과거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캐나다에 수출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미·캐나다 간 관세 충돌로 일부만 재개한 상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5일 “캐나다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면 국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애로사항이 있다”며 “국내 시장이 제한되는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북미 생산 거점만 봐도 현대차의 투자 여력은 넉넉하지 않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과 멕시코 공장을 운영 중이며, 현재 미국에만 약 260억달러(약 35조원) 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환율 급등 등 비용 문제까지 고려하면 캐나다 공장 신설까지 검토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만약 캐나다에 공장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상당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해야 하지만 현재 관세 이슈로 이 길이 막혀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짓기 위해선 캐나다 내 판매량이 최소 30~40만대로 늘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고, 일부는 미국 수출까지 가능하도록 관세 장벽이 해소돼야 한다”며 “공장 짓는 비용도 과거보다 2배 가까이 높아져서 투자비 회수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캐나다의 요구를 현대차에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기업에 장기 고정비 부담을 지우는 것은 회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로 투자는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