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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의 역풍… “관세부담 미국인이 더 짊어졌다”

조선비즈 김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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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의 역풍… “관세부담 미국인이 더 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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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로 인한 비용을 외국 수출업체보다 미국인이 더 많이 부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수입 상당 부분이 결국 미국인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IFW)는 19일(현지 시각) 보고서를 통해 총 4조 달러(약 5913조 원)에 달하는 2500만 건의 무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관세 비용 가운데 외국 수출업체가 흡수한 비중은 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96%는 미국 수입업체와 소비자에게 전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 따르면 관세 비용은 먼저 미국의 수입업체와 도매업체에 부과되고, 이후 제조업체와 소매업체로 부담이 이어진다. 이들 기업은 관세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할지 혹은 고객에게 전가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결국 미국 소비자들은 수입품 뿐만 아니라 외국산 중간재를 사용하는 미국산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외국 수출업체들이 관세 비용을 거의 부담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는 판매처 다변화가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수출업체들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지 않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판매처를 다른 시장으로 돌릴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출업체들은 다른 국가에서 구매자를 찾았을 수도 있고, 최종 관세 수준이 바뀔 것이라고 보고 그동안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소는 “해외 수출업체들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응해 의미 있는 수준의 가격 인하를 하지 않았다”며 “2000억 달러(약 296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관세 수입 증가는 미국 기업과 가계로부터 같은 금액을 거둬들인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앞서 미 연방정부는 지난해 말 관세 수입이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한 바 있다.

관세 부과 이후 각국의 대미(對美) 무역량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8월 러시아와의 교역을 이유로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인도 수출업체들은 수출품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등 다른 무역 상대국과 비교해 미국으로의 수출량을 18~24%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각종 관세를 부과하면서 외국 기업이 관세 비용을 흡수해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를 근거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관세가 즉각적으로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관세 부담을 일단은 미국의 수입업체와 소매업체가 떠안았기 때문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관세 도입 6개월 후 소비자 물가에 실제 반영된 비율은 약 20%에 그쳤고, 나머지 대부분은 미국 수입업체와 소매업체의 부담으로 남았다.

연구소는 관세가 외국 생산자에 대한 세금이라기보다는 미국인에게 부과되는 ‘소비세’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독일 빌레펠트대 경제학과 줄리안 힌츠 교수는 “외국인이 관세 형태로 미국에 부를 이전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WSJ은 이 연구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주장과 상반된다”며 “재개되는 유럽과의 무역전쟁에서 그가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덴마크령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연구 결과가 향후 유럽 국가들과의 관세 협상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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