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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기업승계, 핵심은 상속·증여세 개편

헤럴드경제 강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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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기업승계, 핵심은 상속·증여세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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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은퇴 시기에 접어들면서,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자산 손실 문제가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승계 활성화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중소기업승계특별법’을 내년 상반기 중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의 ‘2024년 기준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의 평균 연령은 55세에 이른다. 50세 이상이 70.2%, 60세 이상도 33.3%에 달한다. 반면 40대 미만 경영자는 4.9%에 불과하다.

업계는 경영인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아직 창업자가 현직에서 일하며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중소기업이 절반을 넘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중소기업 대표 등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영인이 창업자인 경우는 52.2%다. 선대 경영자의 가족 승계가 37.8%, 친인척 승계(3.3%), 사내임직원 승계(3.3%), M&A(2.5%) 순으로 나타났다.

‘중기승계특별법’ 추진은 환영할 만한 정책이지만, 업계의 ‘가업’승계 관점에서 보면 핵심이 빗나가 보인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가업승계 과정의 어려움으로 ‘막대한 조세 부담’을 지목했다. 5곳 중 4곳(80.0%)이 상속·증여세 부담을 1위로 꼽았다. 그 다음이 기업승계 관련 정부 정책 부족(23.0%), 기업승계 이후 경영 악화(19.3%)였다.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해 가업상속공제 확대와 상속·증여세율 인하 등 근본적인 세제 개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0년 도입한 현행 상속·증여세는 경제 규모가 달라졌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우리나라 상속세의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특히 주식 상속 시 최대 주주에 적용되는 20% 할증 평가를 포함하면 실질적인 최고세율은 60%가 된다. OECD 평균 26%의 2배를 훌쩍 웃돈다. 회원국 중 15개국에는 아예 상속세가 없고, 상속세 원조국인 영국조차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일본 등이 상속·증여세를 공제하거나 납부를 유예해 주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과도한 세금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한국기업 저평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으로 인해 승계가 지연되거나 포기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세율에 경영권 승계 시 할증까지 더해져 기업의 해외 이전, 매각, 투자 위축을 유도하는 징벌적 세금 성격을 띠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은 한국경제의 절대적 기반이다. 국내 전체 기업 805만개 중 99.9%인 803만개가 중소기업이다. 종사자 1911만명은 전체 일자리의 80.4%를 차지한다(중기중앙회 홈페이지). 중소기업의 승계 실패는 고용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 등 연쇄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기업 평균 수명이 채 30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속·증여세 완화 논의는 당장 시작해도 늦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백년기업은 꿈꾸기도 힘든 게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을 깨야 중소기업이 산다.

강문규 중기벤처바이오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