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쿠키뉴스 언론사 이미지

이젠 해외로 간다…삼성물산 패션, ‘에잇세컨즈’로 다시 글로벌 시험대 [기업 X-RAY]

쿠키뉴스 심하연
원문보기

이젠 해외로 간다…삼성물산 패션, ‘에잇세컨즈’로 다시 글로벌 시험대 [기업 X-RAY]

속보
EU 집행위원장, 그린란드 위협 관련 트럼프 신뢰성에 의문 제기
中 철수 경험 이후 첫 재도전…현지 협업 전략
내수 둔화 속 해외 시장으로 눈 돌렸다
에잇세컨즈 타임스퀘어점 매장 전경. 삼성물산 패션 제공

에잇세컨즈 타임스퀘어점 매장 전경. 삼성물산 패션 제공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내수 침체 장기화 속에서 해외 시장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앞세워 필리핀 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며, 중단됐던 글로벌 전략을 재가동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해외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전략 재가동의 배경에는 최근 실적 둔화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분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7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8% 감소했다. 2024년 연간 기준으로도 영업이익은 1700억원으로 전년(1940억원)보다 12.4% 줄어들며 수익성 둔화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에잇세컨즈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7월 필리핀 마닐라에 첫 해외 매장을 연 이후 현재까지 현지에 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아직은 현지 시장 반응을 검증하는 단계로, 소비자 반응과 매장 성과를 토대로 추가 출점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 다만 초기 반응이 긍정적인 만큼, 올해도 필리핀 마닐라 지역을 중심으로 추가 오프라인 매장 출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해외 재도전은 과거 중국 진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전략을 수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2016년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하고 직영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지만, 사드(THAAD) 사태 여파로 불과 2년 만에 현지 매장을 철수했다. 이후 해외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고, 이번 필리핀 진출은 약 8년 만의 재도전이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직접 진출’ 대신 ‘현지 협업’을 택했다는 점이다. 필리핀 내 에잇세컨즈 매장은 현지 2위권 유통기업인 수옌그룹과 협력해 운영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국내에서 상품을 기획·제조해 공급하면, 현지 파트너가 이를 매입해 매장 운영과 판매, 마케팅을 담당하는 구조다. 매장 운영 리스크와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삼성물산은 상품 경쟁력과 브랜드 관리에 집중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평가다.

필리핀을 해외 재진출의 첫 무대로 선택한 배경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해석된다. 필리핀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어 한국산 의류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 고온다습한 기후 특성상 한국의 봄·여름 시즌 상품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20대 이하로 젊은 소비층 비중이 높아 K-패션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로 작용했다. 필리핀 현지 매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국 스타일이 일상화되고 있으며, 에잇세컨즈가 K-컬처 영향력을 기반으로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이번 행보를 안정적인 사업 구조 위에서의 선택적 전략 변화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변동성이 낮은 자체사업 부문으로서 점진적인 전략 전환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강민창 연구원과 장문준 애널리스트는 패션부문이 공격적인 투자 확대보다는 리스크를 통제한 상태에서 해외 재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NH투자증권 역시 패션부문을 고성장 사업보다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축으로 평가했다. 이승영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그룹 내에서 실적 변동성을 완충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도 보수적인 평가가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구조 속에서 최근 해외 전략 재개는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선택적 실험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이번 행보를 확장보다는 검증에 방점을 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대규모 직영 매장이나 법인 설립으로 한 번에 판을 키우기보다는, 현지 유통망을 활용해 브랜드 반응과 수익 구조를 먼저 확인하려는 접근”이라며 “내수 기반이 안정적인 기업일수록 해외에서는 속도보다 실패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에잇세컨즈가 필리핀에서 안착한다면 동남아 다른 국가로 확장할 여지도 생기겠지만, 단기간 외형 확대보다는 브랜드 인지도와 운영 모델을 축적하는 과정이 우선될 것”이라며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향후 해외에서는 무리한 매장 수 확대보다는 현지화된 상품 구성과 온라인 연계 전략을 통해 점진적으로 사업을 키워가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