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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의 헌법정치]  정보통신망법은 죄가 없다.

아주경제 성낙인 26대 서울대 총장.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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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의 헌법정치]  정보통신망법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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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통합때 현 시청 도청 청사 그대로 유지"
정보통신망법은 정보의 규제가 아니라 이용 촉진법
정보보호 삭제 이후 정보통신망법의 전면 재검토 필요
정보통신망법 제44조는 조문이 27개로 독립 법률과 같다
정보사회에서 언론은 문자·시청각 매체에서 통신매체로 이동
불법·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대응은 새로운 입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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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책임을 동반한다. 그렇지 않은 자유는 방종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정보가 홍수를 이룬다. 세상이 온통 가짜정보 투성이다. 인터넷이라는 국경을 초월한 정보의 집단적·대량적 유통 시대에는 국가권력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에 가짜정보를 흘리면 이를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정보통신망은 인터넷 시대에 총아다.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이용자 보호,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 법률은 그 긴 명칭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양한 내용을 규제한다. 법률명이 길다 보니 약칭하여 통신망법, 망법 등 다양하게 표현되지만 일반적으로 정보통신망법으로 불린다. 여기서 ‘정보통신망’이란 전기통신사업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거나 전기통신설비와 컴퓨터 및 컴퓨터의 이용 기술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가공·저장·검색·송신 또는 수신하는 정보통신체제를 말한다.(법 제2조 제1호).

일반적으로 법률은 족보, 즉 뿌리가 있다. 서세동점 이후 동양의 전통법은 폐기되고 이를 대체하는 서양법이 계수(繼受)되었다. 서양법의 뿌리는 대체로 로마법을 이은 프랑스의 나폴레옹 법전을 거쳐서 오늘에 이른다. 불문법 체계인 영미법계와 달리 실정법 체계인 대륙법계 국가인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의 민법·형법 등은 거의 유사하다. 그런데 정보통신망법은 족보가 없는 한국 특유의 법이다. 정보통신망법은 1987년 제정된 ‘전산망보급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약칭하여 전산망법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전산망 보급이 완료되면서 전산망법을 대체하는 법률로 1999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필자는 당시 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망법 제정 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 법률은 전 세계에 없는 법률일 뿐만 아니라 전산망법 제정과 관련된 자료도 전혀 없는 백지 상태에서 성안하였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간사기관으로 참여하면서 법학·경제학·행정학·정보학 등 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실무계 인사들도 두루 참여하였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법률을 제정하는 작업이라 위원들의 숙고 시간이 길어졌다. 최종적으로 정보보호 주무기관인 총무처(현재 행정안전부로 통합됨)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라 정보 보호를 삭제하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로 명명하였다. 이후 관계 당국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져 2001년 법률에 ‘정보 보호’가 삽입되었다. 그런데 2011년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을 대체하는 공적기관과 사적기관을 아우런 ‘개인정보 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정보통신망법에서 규율하던 개인정보 관련 사항은 삭제되었다.

그런데 최근 정보통신망법에 허위조작정보 조항을 신설하면서 논란을 촉발한다. 즉 '불법정보의 기준을 보완하고, 고의로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포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에 대해서는 징벌적 요소를 반영하여 일반적인 손해배상보다 무거운 배상 책임을 지우도록 하며' '불법정보와 허위정보의 폐해에 실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불법정보·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규제를 신설하였다. 개정법률에서는 기존의 ‘불법 정보’에 ‘허위·조작 정보’를 제재 대상으로 추가한다. 특히 이들 정보를 유통하여 손해를 유발할 경우에는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 책임을 물릴 수 있도록 한다.
정보통신망법 제정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미 추가된 기존의 불법정보는 음란정보의 규제에 있다(제44조의7 제1항 제1호). 그런데 불법정보에 허위·조작 정보를 추가한다(제44조의7 제1항 제2의2호): 공공연하게 '가.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여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 허위조작정보는 '1.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허위정보), 2. 내용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조작정보)'(제44조의7 제2항)이다. 여기에 더하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추가한다(제44조의7 제1항 제2호).


허위·조작 정보 규제에 대하여는 다양한 비판이 제기된다. 첫째, 오늘날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집단적·대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정보의 수집·유통에 따른 폐해는 실로 엄청나다. 따라서 이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강력하게 대두된다. 그런데 인터넷의 바다에서 생성·유통되는 일련의 정보에 대한 규율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정보통신망법을 제정할 당시 불법정보 등에 대한 일반적인 규율은 존재하지 아니하고 이용자 보호라는 차원에서 보호 규정을 설정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마약·폭력·음란 등을 제외하고는 인터넷 규제가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그런데 정보통신망법 시행 이후 이용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폭넓은 규제를 강화하여왔다. ‘제5장 정보통신망에서의 이용자 보호 등’에 규정되어 있는 제44조는 법률 제정 당시 1개 조문에 불과하였으나 이제는 제44조의26에 이를 정도로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다. 정보통신망법 전체 조문 중에서 50개 조문 이상이 삭제된 상황과 대조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 허위정보·조작정보를 포함한 불법정보나 명예훼손죄 등이 정보통신망법에서 규율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다.

이에 대한 규제는 전통적인 표현의 자유의 제한과 한계와 관련된 언론법제 및 민형사상의 배상과 처벌에 관하여는 민법과 형법의 법체계와 법이론에 따를 필요성이 있다. 현행법상으로도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형법상 명예훼손죄(제307조 제2항, 제308조, 제314조 제2항),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면 형법상 ‘컴퓨터등 사용사기죄’(제347조의2)로 처벌된다. 공직선거법에서도 다양한 유형의 허위를 처벌한다. 즉,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에서 ‘허위의 사실을 유포’(제82조의4), 선거벽보에서의 허위사실(제62조 제12항), 허위논평·보도 등 금지(제96조), 허위사실공표죄(제250조) 등에서 규율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에서는 정보이용자의 권리 보호를 위하여 피해자의 삭제 또는 반박게재요구권(제44조의2), 형사 책임(제70조)과 명예훼손에 대한 민형사 소제기를 위한 사전절차(명예훼손분쟁조정제도)(제44조의6, 제44조의 18) 등이 있다.

둘째, 핵심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항은 불법정보이다. 논란의 핵심은 ‘허위정보·조작정보’의 정의가 모호하고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특히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는 정보는 그 개념이 매우 불명확하여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크다. 가짜뉴스는 ①작성주체와 상관없이 ②허위의 사실관계를 ③허위임을 인식하면서 ④(주로) 정치적·경제적인 목적을 가지고 ⑤기사의 형식으로 작성한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전통적인 언론매체를 통한 뉴스는 이제 인터넷매체에서 더 나아가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개인적인 정보 제공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자리매김할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헌법재판소는 가짜뉴스를 SNS에 유포시킨 ‘미네르바’ 사건에서 ‘공익’ 개념이 불명확하여 수범자인 국민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헌재 2010.12.28. 2008헌바157,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헌소원(위헌))고 판시한 바 있다. 가짜뉴스는 특히 선거 과정에서 요동친다. 2017년 대통령선거 이후 2018년 ‘드루킹특별검법’(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한 정보조작이 쟁점으로 부상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에 대한 판결에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 한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되었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허위사실 공표행위로 평가하여서는 안 된다'고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제시한다(대판(전합) 2020.7.16. 2019도13328). 허위·조작 정보는 처벌과 직결되는 조항인데도 의미가 모호해 악용될 경우 언론의 의혹 제기 기능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셋째, 허위·조작 정보의 보도에 대한 5배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면 언론에 적대적인 세력에 의한 소송 남발로 언론의 보도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법원 판결에 더해 과징금까지 부과하는 이중 규제의 우려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시도한 바 있으나 여론의 반대에 밀려 시행되지 못하였다.

그간 한국의 언론법제는 매우 독특하게 발전하여왔다. 1981년 전두환 정부의 대표적 악법으로 지목된 언론기본법에서 반론보도청구권과 동시에 언론중재위원회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후 언론기본법은 폐지되었지만 반론보도청구권과 언론중재위원회는 현재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에 이른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지만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동의에 따라 존속을 계속한다. 따라서 언론보도에 관한 한 그 규제나 장려의 기본틀은 언론 관련 법제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정보통신망법으로 언론 규제를 하려는 발상 자체는 올바른 길이 아니다.

불법정보에 대한 규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와 2017년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가짜뉴스가 정치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에 프랑스에서는 선거기간 동안 정보조작대처법률을 제정하였다. 독일에서는 혐오발언에 의한 인격권 보호를 위하여 네트워크시행법을 제정하였다. 프랑스나 독일의 사회적 책임이론과는 달리 사상의 자유시장이론에 입각한 미국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논의도 가짜뉴스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규제대책에 집중된다. 가짜뉴스를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제외하자는 입장,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시장의 실패 가능성을 경고하는 연구,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자는 논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내용 중립적인 규제 방안을 제시하는 연구 등이 제시된다.


불법· 허위조작 정보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근절되어야 할 악이다.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딥페이크(deep-fake)와 같은 허위·조작정보가 난무한다. 특히 일부 악성 유튜버들의 불법적인 행태는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 이러한 허위·조작정보 홍수에 대비한 법적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초래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특별법 중의 특별법이면서 법률의 제정 목적이 정보의 이용 촉진에 있는 정보통신망법을 통하여 불법정보에 대한 제재를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외국에는 ‘정보통신망법’이라는 법률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에 더더욱 이를 통한 규제가 낯설고 어설프기 그지없다. 미국 국무부가 정보통신망법의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규제에 대하여 언론의 자유 제한과 침해의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리2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한국공법학회 회장(2005~2007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2009년 1월~2012년 12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2010~2013년) ▷동아시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 의장 ▷제26대 서울대 총장(2014년 7월~2018년 7월) ▷서울대 명예교수
아주경제=성낙인 26대 서울대 총장.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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