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름을 설계하는 기업가정신, 유통의 다음 문법
주말이면 갈 곳이 마땅치 않았던 평범한 맞벌이 가족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대형 놀이시설은 입장권부터 부담이었고, 외식은 한 끼로 끝내야 했다. 결국 주말은 늘 비슷했다. 집 근처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마트에서 장을 본 뒤 귀가하는 코스. 아이는 금세 지루해했고, 부모는 쉬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요즘 이 가족은 토요일 아침이 되면 자연스럽게 차 키를 든다. 목적지는 쇼핑몰이다. 그러나 장바구니를 채우기 위한 이동은 아니다. 아이는 서점과 도서관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고, 부모는 카페와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 주의 피로를 내려놓는다. 점심은 간단히 해결하고, 오후에는 아이가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하루가 완성되는 장소, 혹은 써도 죄책감이 덜한 공간이 생긴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던진 “팔지 말고, 머물게 하라”는 메시지는 바로 이 장면을 겨냥한다. 그는 최근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과 스타필드마켓 죽전을 연이어 찾으며 “고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고객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건을 파는 상인이 아니라,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네 이웃이 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요즘 이 가족은 토요일 아침이 되면 자연스럽게 차 키를 든다. 목적지는 쇼핑몰이다. 그러나 장바구니를 채우기 위한 이동은 아니다. 아이는 서점과 도서관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고, 부모는 카페와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 주의 피로를 내려놓는다. 점심은 간단히 해결하고, 오후에는 아이가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하루가 완성되는 장소, 혹은 써도 죄책감이 덜한 공간이 생긴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던진 “팔지 말고, 머물게 하라”는 메시지는 바로 이 장면을 겨냥한다. 그는 최근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과 스타필드마켓 죽전을 연이어 찾으며 “고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고객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건을 파는 상인이 아니라,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네 이웃이 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사람은 물건보다 시간의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한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에서 손님들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기보다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가게를 찾듯, 현대의 소비자는 ‘살 곳’보다 ‘머물 곳’을 먼저 찾는다. 정 회장은 이 변화를 정확히 읽었다. 실제로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점의 방문객 가운데 70% 이상이 인근 거주민이고, 재방문율은 40%를 넘는다.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목적지가 아니라, 슬리퍼를 신고 드나드는 생활의 거점이 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정용진식 기업가정신을 읽게 된다. 과거 유통업의 목표가 “얼마나 많이 팔 것인가”였다면, 그의 질문은 “얼마나 오래 함께할 것인가”로 바뀌었다. 이는 할인 경쟁이나 면적 확장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빵과 물고기를 나눠주는 기적을 반복하기보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둘러앉을 수 있는 식탁을 먼저 차려 놓는 방식이다. 수요를 쫓아가는 경영이 아니라, 수요의 형태 자체를 바꾸는 결단이다.
하지만 여기서 경제의 냉정한 격언이 고개를 든다. 공짜 점심은 없다. 평범한 가족이 하루 종일 머물며 에어컨 바람을 쐬고 책을 읽어도, 지갑을 열지 않는다면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체류 시간이 늘어난다고 매출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기 하강기에는 쾌적한 공간만 소비하는 ‘무임승차’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머무름은 비용을 만들지만, 스스로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실험이 자선사업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머무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 해외에서 아마존은 고객을 오래 붙잡되, 그 시간을 프라임 멤버십이라는 구독으로 묶었다. 핵심은 ‘체류를 늘렸다’가 아니라, 체류가 곧 관계가 되고, 관계가 매출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스타필드 역시 책과 휴식, 놀이를 중심으로 하되, 가족이 부담 없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작은 결제의 이유’를 더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의 과제는 공존의 문제다. 이 거대한 놀이터가 지역 사회의 중심이 될수록,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좁은 골목에서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사고가 나듯, 영향력이 커질수록 배려의 폭도 넓어져야 한다. 스타필드가 지역 상권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아니라, 동네 경제를 받쳐주는 마루가 될 때 비로소 ‘생활 인프라’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다.
정용진의 스타필드는 지금 아주 흥미로운 중간 지점에 서 있다. 방향은 분명히 옳다. 남은 것은 구조다. 머무름을 수익으로 바꾸는 장치, 확장과 현지화의 균형, 그리고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평범한 가족의 주말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굳어진다.
유통은 더 이상 물건을 사고파는 산업이 아니다. 시간을 사고파는 산업이며, 관계를 설계하는 산업이다. 정용진의 ‘놀이터’가 그 사실을 끝까지 증명해 낼 수 있을지, 한국 유통의 다음 장은 지금 이 주말 풍경 속에서 조용히 쓰이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경기 파주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을 방문해 살펴보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
앙트레프레뉴어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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