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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트릴리온랩스, ‘완전한 프롬 스크래치’ 내세워 ‘국대 AI’ 도전

조선일보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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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트릴리온랩스, ‘완전한 프롬 스크래치’ 내세워 ‘국대 AI’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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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 평가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뉴스1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 평가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뉴스1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트릴리온랩스가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 추가 모집에 지원한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주요 대기업들이 탈락한 뒤 재도전에 발을 빼는 상황에서, 아직 추가 모집 공고가 뜨기 전 도전을 공식화한 첫 회사가 나온 것이다 .

19일 업계에 따르면 트릴리온랩스는 과학기술정통부가 진행하는 독파모 사업의 추가 모집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트릴리온랩스는 네이버 하이퍼클로버X 개발 핵심 연구원으로 참여한 신재민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설립 1년 만에 700억(70B) 매개변수 규모의 거대언어모델(LLM)을 자체 기술로 개발해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개발 당시 국내에서 프롬 스크래치 방식으로 만든 가장 큰 모델이었다. 또 트릴리온랩스가 보유한 ‘도메인 특화 증류 기반 소형 LLM 전문가 혼합(MoE) 구조 기술’은 국가전략기술로 채택되기도 했다. 앞서 1차 공모 당시 의료 AI 스타트업 루닛이 주관하는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가 탈락했으나, 대신 루닛 컨소시엄으로 정부의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선정돼 의과학·바이오 특화 AI 모델 개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트릴리온랩스는 핵심 전략으로 ‘완전한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를 내세웠다. 기존 모델을 변형하거나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키는 수준을 넘어, 모델의 뼈대가 되는 아키텍처(설계)부터 밑바닥부터 완전히 새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앞서 1차 평가에서 ‘프롬 스크래치’를 어떤 기준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 독자성 논란이 일었다. 신재민 트릴리온랩스 대표는 “기존 모델을 답습하거나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방식으로는 절대 AI 3강이 될 수 없다”며 “중국의 딥시크(DeepSeek)나 프랑스의 미스트랄(Mistral)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오랜 시간 공들여 고유의 알고리즘과 아키텍처를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단순히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판을 흔드는 새로운 방정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의 딥시크는 독자적인 아키텍처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 발전 속도를 급격히 올렸고, 프랑스의 미스트랄 역시 자체 아키텍처를 만들어 세계적으로 차용됐다. 한국이 진정한 ‘AI 3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외 기업들이 한국의 AI 모델을 차용할 수준의 원천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또 개발 과정의 ‘중간 체크포인트(Checkpoint)’를 공개하는 ‘극단적 투명성’ 전략도 택한다. 모델의 중간 결과까지 내려받아 검증할 수 있어 독자성과 투명성 시비를 애초에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신 대표는 “우리가 공개할 기술 데이터가 마중물이 되어 제2, 제3의 트릴리온랩스가 나올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독파모 사업 재도전을 둘러싼 업계의 분위기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1차 단계 평가에서 불거진 논란과 떨어졌을 때 부담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카카오, NC AI, 네이버클라우드 등은 일찌감치 재도전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업계에서는 1차 사업에 도전했던 KT,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코난테크놀로지 등이 잠재적인 참여 기업으로 거론되나 아직 명확히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은 없다.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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