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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전자 질서의 순간 포착…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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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전자 질서의 순간 포착…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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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기자]

액체헬륨 기반의 극저온 환경에서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4D-STEM) 기술을 활용해 대표적인 양자물질 NbSe2에 형성된 전하밀도파의 공간적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을 시각화한 그림

액체헬륨 기반의 극저온 환경에서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4D-STEM) 기술을 활용해 대표적인 양자물질 NbSe2에 형성된 전하밀도파의 공간적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을 시각화한 그림


초전도 현상은 전자가 언제 함께 움직이고, 언제 흩어지는지에 따라 성립된다. 전류가 손실 없이 흐르는 이 상태의 핵심은 전자 집단이 만들어내는 질서에 있지만, 그 실체는 오랫동안 이론과 간접 신호에 머물러 있었다. KAIST 연구진이 이 장면을 공간적으로 직접 확인하며 양자물질 연구의 지형을 넓혔다.

KAIST 물리학과 양용수·이성빈·양희준·김용관 교수팀은 스탠퍼드대학교와의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양자물질 내부에서 전하밀도파가 형성되고 사라지는 과정을 공간 단위로 시각화했다. 극저온 환경에서 전자 질서의 생성과 붕괴를 직접 관측한 사례다.

뒷줄 좌측부터 KAIST 김용관 이성빈 양희준 양용수. 앞줄 좌측부터 박제민 홍석조 오재환

뒷줄 좌측부터 KAIST 김용관 이성빈 양희준 양용수. 앞줄 좌측부터 박제민 홍석조 오재환


초전도는 특정 물질을 극저온으로 냉각했을 때 전자가 둘씩 짝을 이루며 이동하는 상태다. 이 성질은 MRI 장비와 자기부상열차에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양자컴퓨터를 포함한 차세대 기술의 기반으로도 이어진다. 다만 이러한 전자 질서가 물질 내부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는 쉽게 확인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액체헬륨으로 냉각한 전자현미경과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전자 무늬의 변화를 관찰했다. 이는 물이 얼며 결정이 자라는 과정을 고배율로 촬영하는 것과 유사하지만, 관측 대상은 약 영하 253도 환경에서 배열되는 전자들이었다.

관찰 결과 전자 무늬는 물질 전체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았다. 어떤 영역에서는 뚜렷한 패턴이 나타났지만, 바로 옆 영역에서는 거의 관측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물질 내부의 미세한 변형과 깊이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 아주 작은 압력이나 뒤틀림도 전자 질서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영역에서 온도가 올라가도 전자 무늬가 비교적 오래 유지됐다는 사실이다. 작은 섬처럼 고립된 양자 질서가 남아 있는 모습으로, 기존 이론만으로는 설명이 쉽지 않았던 현상이다.

연구팀은 전하밀도파를 이루는 전자들이 서로 얼마나 멀리까지 영향을 주는지도 정량적으로 밝혀냈다. 전자 질서의 연결 범위를 수치로 제시함으로써, 양자 상태가 유지되는 방식을 분석할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전하밀도파와 초전도는 물질에 따라 경쟁하거나 공존한다. 이번 연구는 고온 초전도체 연구와도 맞닿아 있으며, 전자 질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조건을 이해하면 초전도 성능을 높인 재료 설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성과는 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Physical Review Letters 2026년 1월 6일 자에 실렸다. /데전=이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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