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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뷰] 라스베이거스의 '쇼'로 전락한 CES...사라진 혁신

아주경제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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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뷰] 라스베이거스의 '쇼'로 전락한 CES...사라진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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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AI부 차장 [사진=아주경제DB]

김성현 AI부 차장 [사진=아주경제DB]



라스베이거스의 네온 불빛 아래, CES 2026이 막을 내렸다. 한때 가전제품의 메카로 불리던 이 행사가 이제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로 자리 잡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예년만 못했다.

참가자로서 현장을 누비며 느낀 것은 열기보다는 공허함이었다. 수많은 부스에서 인공지능(AI) 기술과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이 쏟아졌지만, 진정한 혁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찾기 어려웠다. 3~4년 전 봤던 그 모습이 올해도 그대로 반복되는 듯했다.

먼저 올해 CES의 상징이 된 로봇 분야부터 짚어보자. 인간형 로봇들이 세탁기를 닫거나 틱택토 게임을 하는 시연이 쏟아졌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예를 들어 푸리에 로봇은 게임 중 큐브를 제대로 놓지 못해 관람객이 직접 고쳐줘야 했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조차 공장 적용을 약속했지만 실생활 적용 가능성은 여전히 의문이었다.

또 다른 로봇 반려동물 제품은 외형이 부정확하고 상호작용이 미미해 단순한 장난감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 기업의 야심찬 K-마사지 로봇도 있었지만, 국제 관람객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기술적 한계와 과도한 마케팅이 뒤섞여 실망만 키웠다. 로봇이 '눈에 보이는' 유일한 콘텐츠라면, CES는 이미 방향성을 잃은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실망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과거 CES 2020에서 공개됐던 '혁신' 기술들을 돌아보면, 6년이 지난 지금도 실생활에서 보기 힘든 사례가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삼성의 발리 로봇은 2020년 CES에서 구형 AI 로봇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2024년에 재등장한 뒤에도 여전히 소비자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다. 집 안을 돌아다니며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도와준다는 야심찬 콘셉트가 무색하게, 아직 시제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소니의 비전-에스 전기차 콘셉트(현재 아필라로 발전)는 2020년 CES에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여전히 '미래 지향적'이라기보다는 '시대에 뒤처진' 느낌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율주행과 엔터테인먼트 통합을 약속했으나, 현실에서 뒷좌석에 플레이스테이션을 가져다 놓은 게 가장 눈에 띄는 '혁신'일 뿐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CES가 약속하는 '미래'가 종종 공허한 환상으로 끝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5년, 아니 6년이 지났음에도 이런 기술들이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은 기술 산업의 과도한 과대 광고가 주요 원인이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혁신상 제도다. CES의 명물인 이 상은 본래 획기적인 기술을 인정하는 자리였지만, 이제는 '돈으로 거래되는' 상업적 도구로 전락했다. 수상작 중 상당수가 대기업의 후원이나 로비에 힘입어 선정된다는 소문이 공공연하다. 올해 수상작들을 보면 인공지능 유행어가 난무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실질적 혁신은 부족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 홈 로봇이나 인공지능 바텐더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됐지만, 실제 시연에서는 기능 오류가 빈번했다. 이는 CES가 진정한 기술 발전의 장이 아니라 마케팅 플랫폼으로 변질됐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글로벌 기업들 역시 CES에서 한 발 물러서는 추세다.

브라이언 코미스키 CTA 수석 디렉터는 CES를 "미래를 보는 창"이라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라스베이거스의 대형 쇼로 전락한 듯하다. 투명한 혁신상 제도, 제대로 검증된 기술, 다채로운 아이디어 공유 플랫폼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CES는 앞으로 더 쇠퇴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종국에는 허위 기술과 과장 광고로 가득한 사기성 전시회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주경제=김성현 기자 minus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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