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100세 과학] 긍정적 생각, 백신 효과도 높인다

조선비즈 이영완 기자
원문보기

[100세 과학] 긍정적 생각, 백신 효과도 높인다

속보
코스피 13일 만에 4,880선 하락 마감
여행처럼 즐거웠던 경험을 떠올리는 방식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 뇌 보상 중추 활동이 증가해 백신의 면역 효과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Pexels

여행처럼 즐거웠던 경험을 떠올리는 방식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 뇌 보상 중추 활동이 증가해 백신의 면역 효과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Pexels



나이가 들수록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건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같은 백신이라도 긍정적인 사람에게 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긍정적인 경험을 상상하면 외부 침입자를 탐지하고 무력화시키는 항체가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탈마 헨들러(Talma Hendler)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정신의학과 교수 연구진은 “보상과 긍정적 기대와 연결된 뇌 영역을 활성화하도록 훈련하면 백신에 대한 신체 면역 반응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2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했다.

◇B형 간염 백신에서 플라시보 확인

심리 상태는 약효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이른바 플라시보(placebo) 효과는 설탕으로 만든 가짜 약을 먹거나 식염수 주사를 맞고도 진짜 약이라는 믿음 때문에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대로 진짜 약을 처방해도 환자의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약효가 떨어지면 역플라시보 또는 노시보(nocebo) 효과라고 한다.

연구진은 85명을 대상으로 백신에도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나는지 시험했다. 연구진은 긍정적인 생각을 높이는 훈련을 하고 나서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했다. 2주와 4주 뒤 각각 혈액을 채취해 항체를 분석했다.

실험 결과 뇌에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는 보상 중추 활동이 증가한 사람일수록 항체 수치가 높았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며 “이는 플라시보 효과”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백신 주사를 맞기 전에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는 심리 훈련을 시켰다. 참가자들은 여행처럼 즐거웠던 일을 떠올렸다. 이때 뇌의 보상 중추인 복측 피개부(VTA)의 활동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했다. 뇌에서 특정 영역이 작동하면 그곳으로 피가 몰린다. fMRI는 해당 영역을 마치 불이 켜진 것처럼 보여준다.


1980년대 VTA에 있는 신경세포가 활성화 되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면 즐거움과 만족감이 느껴지는 보상을 받는다. 참가자들은 fMRI 영상을 토대로 긍정적 사고 수준을 평가받고 이를 높일 수 있는 훈련을 4회 반복했다. 어떤 생각을 해야 뇌 보상 중추가 더 강하게 반응하는지 확인하고 그쪽으로 훈련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뇌 보상 중추 활동을 유지하는 법을 배운 사람들에서 항체 수치가 더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을 맞고 나타나는 경증 부작용은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발생하는 역플라시보 효과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ixabay

코로나 백신을 맞고 나타나는 경증 부작용은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발생하는 역플라시보 효과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Pixabay



◇부정적 사고는 코로나 부작용 유발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사람은 같은 약이라도 효과가 덜하다는 사실도 이미 확인됐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테드 캅추크 교수 연구진은 2022년 ‘미의사협회저널(JAMA) 네트워크 오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겪는 두통이나 피로 같은 일반적인 부작용은 3분의 2 이상 역플라시보 효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미국의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12건에서 부작용을 호소한 4만5380명은 백신뿐 아니라 가짜 주사를 맞은 사람들도 포함됐음을 확인했다.임상시험은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선별해 한쪽은 진짜 약, 다른 쪽은 가짜 약을 주고 약효를 평가한다. 누가 진짜 백신을 맞는지 알리지 않았으므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밝힌 부작용도 같은 비율로 역플라시보 효과로 볼 수 있다.


분석 결과 백신 1차 접종 후 나타나는 두통이나 피로 같은 전신 부작용은 76%가 역플라시보 효과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접종의 부작용도 역플라시보 효과가 52%를 차지했다. 캅추크 교수는 논문에서 “플라시보 효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줄여 접종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연구 결과는 과거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한 것이지 플라시보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새로 시험하지는 않았다. 이 점에서 이스라엘 연구진의 이번 연구 결과는 플라시보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새로 시험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 헨들러 교수는 “뇌의 보상 시스템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면 예방접종 효과가 증가한다는 인과관계로 보이는 첫 번째 인간 대상 실증 연구”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 결과가 생각만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심리 전략이 면역 체계가 감염과 싸우고 심지어 종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긍정적 사고가 명확한 의학적 이점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염증 반응을 담당하는 면역 체계의 다른 부분들도 심리 상태에 영향을 받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5-04140-5

JAMA Network Open(2022), DOI: https://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1.43955

이영완 기자(ywle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