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닷새째 단식 농성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목숨 바쳐 싸우겠다는 처음 각오를 꺾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도입을 단식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한동훈 전 대표 징계 문제와 맞물려 당내 공감대를 폭넓게 얻지 못하고 대국민 메시지 효과도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 대표는 이날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목숨 걸고 국민께 호소드리고 있다. 힘이 든다. 점차 한계가 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힘을 보태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더불어민주당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쌍특검 도입을 여권에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장 대표가 표면상의 목적으로 내세우는 쌍특검 도입은 단식 돌입 때부터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범여권 의석은 180석을 넘는 데 반해 국민의힘은 107석에 그치는 여대야소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의 경우 신천지 정교 유착 의혹까지 포함하자고 주장하고 공천헌금 수수 의혹에 대해선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이날 특검법과 관련해 원내대표 회동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지금 단식할 때가 아니라 석고대죄할 때”라며 “장 대표 많이 힘드실 텐데 명분 없는 단식은 얼른 중단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 대표의 단식은 여당에 맞설 제도적 수단이 없다고 판단될 때 정치적 압박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1983년 전두환 정권 당시 재야 지도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23일간 단식 농성을 벌여 민주화 운동 진영을 결집한 게 단적인 사례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장 대표가 정부·여당을 겨냥해 특검을 추진할 수 있는 명분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절연 문제 등으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못 받고 있어 메신저로서의 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경우 진영 결집 효과마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당 윤리위원회의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으로 계파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장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면서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친한동훈(친한)계 배현진 의원은 지난 17일 장 대표 단식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과거에도 야당 대표가 단식에 나섰지만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하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3년 9월에 벌인 24일간의 단식 투쟁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중단 등을 내세웠지만,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이탈표를 단속하고 검찰 수사를 회피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2019년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철회 등을 요구하며 8일간 단식했지만, 당 지지율 급락 속에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카드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장 대표가 점점 황교안의 길을 가는 것 같다”며 “극우 유튜버 고성국이 입당하는 등 그를 가까이하는 것과 당내 의견이 모이지 않은 단식에 나서는 것까지 똑같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 있는 단식 농성장을 찾아 장 대표를 격려했다.
당내에서 애초 장 대표의 리더십이 약했다는 점에서 단식이 당 장악력을 높일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식 농성장에 보수 진영 인사들이 찾아오며 장 대표가 진영의 구심점으로 부각되는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1야당대표의 단식을 통해 보수가 결집하고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민심의 생생한 목소리가 가감없이 전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에 동참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등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비롯해 김기현·나경원·조배숙·박덕흠·김상훈 등 중진 의원들과 친한계 고동진 의원 등이 이날 단식 농성장을 방문했다. 전날엔 장 대표와 당 노선에 이견을 보여 온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이철우 경북지사,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농성장을 찾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장 대표가 단식한 속내는 한 전 대표 제명에 따른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제명이 이뤄진다면 단식은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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