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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칼럼] 왜 AI 열풍이 젊은 억만장자를 만들까

머니투데이 유효상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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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칼럼] 왜 AI 열풍이 젊은 억만장자를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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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실리콘밸리의 부의 시계가 유례없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이나 인터넷 혁명 시기에도 거부(巨富)는 탄생했지만, 지금의 AI 열풍이 만들어내는 '부의 가속도'는 차원이 다르다. 2022년 ChatGPT 출시 이후 불과 3년 만에, 20대와 30대의 젊은 창업자들이 수십 년의 업력을 가진 거물들을 제치고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부의 지형도가 이토록 짧은 시간에 급격히 재편된 적은 없었다.

2026년 1월 현재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가 억만장자(Billionaire, 순자산이나 보유 주식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개인)가 되기까지는 약 13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페이팔의 모태가 된 1999년 엑스닷컴(X.com) 창업부터 페이팔 매각, 스페이스X 창업, 테슬라 상장 등 험난한 과정을 거친 2012년에서야 그는 비로소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AI 시대의 창업자들은 이 과정을 극적으로 단축했다. OpenAI 전 CTO 미라 무라티(37)는 작년 2월 '싱킹머신스랩(Thinking Machines Lab, TML)'을 설립하여 아무런 비즈니스모델도 없는 상태에서도 단 4개월 만에 안드리슨 호로위츠 등으로부터 20억 달러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를 14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최단기간에 '데카콘(Decacorn)'이 된 TML은 작년 말부터 500억 달러~600억 달러로 평가받으며 추가 펀딩에 들어갔다. 설립 1년도 안 된 스타트업의 몸값이 무려 80조 원의 회사가 된 것이다. 또한 OpenAI의 공동 창업자였던 일리야 수츠케버(39)가 2024년 6월에 세운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 Inc, SSI)'는 상용 제품 하나도 없이, 작년 상반기까지 30억 달러를 유치하며 320억 달러(약 47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러한 AI 열풍의 가장 큰 특징은 창업자의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복잡한 비즈니스모델보다 '코딩'과 '데이터' 역량이 부의 핵심 열쇠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MIT를 중퇴하고 2022년 AI 코딩 도구 '커서(Cursor)'를 만드는 애니스피어(Anysphere)를 창업한 마이클 트루엘(24)은 창업 3년 만에 2조 원대의 주식을 보유한 20대 억만장자가 되었다. 엔비디아와 구글 등으로부터 33억 달러를 유치하며 최근 기업가치 293억 달러(약 43조 원)를 기록한 것이다. 애니스피어는 2025년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버드대와 조지타운대를 중퇴한 21세 3명이 2023년 공동창업한 채용 플랫폼 '머코(Mercor)' 역시 설립 1년여 만에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기록하며 CEO를 맡고 있는 브렌던 푸디는 마크 저커버그가 가졌던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 타이틀을 경신했다. 단순 AI 채용 플랫폼으로 시작한 머코는, 비즈니스모델 피벗(Pivot)을 통해 'AI 모델 학습용 전문가 매칭' 시장을 장악했다. 의사, 변호사, 과학자 등 고숙련 전문가들을 OpenAI, Anthropic 같은 빅테크와 연결해 AI를 훈련시키는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모델을 만든 것이다.

2022년 OpenAI 연구원 출신인 아라빈드 스리니바스(31)가 설립한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 AI)'의 기업 가치도 280억 달러로 평가된다. 퍼플렉시티는 단순히 링크를 나열하는 기존 검색과 달리, AI가 실시간 웹 정보를 분석해 출처가 명시된 완성된 답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글 킬러'로 급부상했다. 개인용 유료 구독(Perplexity Pro) 외에도 기업 전용 서비스(Enterprise Pro)와 광고 수익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2024년 8000만 달러였던 연간 매출이 작년에는 2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2022년에 설립된 인간형 로봇 기업 '피겨AI'를 이끄는 브렛 애드콕(39)은 작년 9월 10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마무리하며 기업가치를 390억 달러까지 끌어올렸고, 그의 개인 순자산은 195억 달러가 되었다. 변호사인 윈스턴 와인버그(30)가 2022년 말 설립한 법률 AI 스타트업인 '하비(Harvey)'의 기업가치는 작년 초 30억 달러에서 작년 말 80억 달러로 껑충 뛰었고, 이에 따라 창업자의 자산도 급증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통적인 IT 및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 후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유니콘기업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6년~8년 정도가 소요되었지만, 최근 AI 분야는 자본의 집중도가 워낙 높아, TML, SSI, 미스트랄 AI(Mistral AI) 등과 같이 창업 후 불과 몇 개월 만에 유니콘에 등극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과거의 상식을 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 스토리나 화려한 숫자 뒤에는 그림자도 짙다. 실리콘밸리의 고질적인 문제인 성별 불균형은 AI 시대에도 여전하다. 스케일AI 공동창업자인 루시 궈나 TML의 미라 무라티를 제외하면 신흥 부호의 대다수는 남성으로, 이는 다양한 시각의 부재가 AI 알고리즘의 편향성이나 윤리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우려는 이들이 거머쥔 부의 본질이다. 현재 거론되는 수십 조 원의 가치는 대부분 실현되지 않은 주식 평가액, 즉 '서류상 억만장자(Paper Billionaire)' 상태다. 투자자들이 '제2의 오픈AI'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몸값을 올린 결과이며, 혁신적 수익 모델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부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이제 시장은 "얼마나 큰 투자를 받았는가"가 아닌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를 묻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메타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자사 AI 연구를 맡긴 알렉산더 왕(28)의 스케일AI처럼, 실제 빅테크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은 경우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스케일AI(Scale AI, Inc)'는 2016년 당시 19세였던 MIT 중퇴생 알렉산더 왕과 루시 궈가 공동 창업했다. 왕은 대학 기숙사 냉장고에서 음식을 훔쳐가는 범인을 잡으려고 카메라를 설치하여, 영상을 분석하던 중 얻은 아이디어로 '데이터 라벨링' 서비스 회사를 설립했다. 현재는 단순 라벨링을 넘어 AI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고 보안을 검증하는 '데이터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했다.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고품질 데이터 라벨링 및 검증 인프라 시장을 독점하며 압도적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스케일AI의 작년 매출은 2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업가치는 290억 달러에 달한다.

결국 역사가 증명하듯, 최후의 승자는 일시적으로 기업가치가 급상승하여 주식 가치만 높아진 '딱지부자'가 아니라, AI라는 도구로 세상을 실질적으로 바꾼 이들이 될 것이다. 20대 억만장자들의 등장은 기술 진보의 징표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이 거대한 자본의 흐름을 어떻게 실질적인 산업 동력으로 전환할지 묻는 엄중한 숙제이기도 하다. 부의 시계가 빨라진 만큼, 그들이 증명해야 할 시간도 앞당겨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모든 거대한 기술적 도약기에는 신흥 부자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거품이 걷힌 뒤에도 그 자리를 지킨 것은 화려한 기업가치가 아닌, 세상에 없던 실질적 가치를 만들어낸 이들이었다. 지금의 젊은 AI 억만장자들이 '서류'를 넘어 '현실'의 영웅으로 남을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이들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2026년에 들어서며 시장은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수익성'이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생성형 AI 프로젝트 중 약 95%가 실질적인 투자 수익(ROI)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AI 스타트업들의 생존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반 기술(모델) 보다 이를 실제 비즈니스에 녹여내 돈을 버는 '운영 능력'이 생존의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의 부의 시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보다 수십 배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자산이 증식되는 'AI 황금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끝이 혁명의 완성일지, 아니면 허무한 거품의 종말일지는 이들 젊은 리더들이 내놓을 다음 '결과물'에 달려 있다.


향후 마주할 진실은 오직 하나, '수익'이라는 이름의 냉혹한 성적표뿐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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