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스켈레톤 정승기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린 2025∼2026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1차 대회 겸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서 출발 훈련을 하고 있다. 코르티나/AP 연합뉴스 |
“지난 시즌 ‘마미증후군’(척추 아래 신경 다발이 눌려 생기는 증세)으로 하반신 신경이 손상돼 마비가 왔었어요. 아직 하체 쪽 신경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는데, (올림픽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손상된 하체 신경을 최대한 되살리려 합니다.”
2014 소치겨울올림픽을 보며 스켈레톤에 입문했다는 한국 스켈레톤 간판 정승기(27·강원도청)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자신만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 노르웨이에서 열린 2025~202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3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기대감을 한껏 높인 정승기였지만 그 이면에는 처절한 사투가 있었다. 한겨레는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두바이 쫀득 쿠키를 가장 먹어보고 싶다”는 정승기를 서면으로 만났다.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인 정승기는 허리 부상으로 고생하다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트랙에 복귀했다. 정승기의 강점은 폭발적인 스타트. 하지만 부상 여파로 아직 예전만큼 파워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승기는 포기하지 않았다. 약해진 스타트를 대신할 주행 능력을 발전시켰다.
정승기는 “(부상으로) 하체 근력과 움직임이 좋지 않아 스타트 기록이 생각만큼 안 나오고 있는 상태에요. 제 강점은 주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월드컵 투어에서 그랬듯, 트랙 후반 가속을 붙이는 부분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어요”라며 “월드컵 3차 대회에서 포디움에 올라가게 돼 자신감이 많이 붙었습니다. 이 상승세를 올림픽까지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막판까지 하체 신경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해요”라고 다짐했다.
정승기가 지난해 12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2025~202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IBSF 제공 |
첫 올림픽이었던 4년 전 베이징 대회는 정승기에게 ‘교훈’으로 남았다. 당시 10위를 기록했던 정승기는 “첫 올림픽이라 긴장도 많이 하고 멘털 관리에 실패해 1차 주행부터 큰 실수를 했어요”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그는 “베이징 대회 이후 4년간 심리적인 부분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며 “특히 지난 4년간 수많은 월드컵 트랙을 경험하며 성장했어요. 그리고 경기 트랙을 끊임없이 리마인드하며 주행에 최대한 집중해 경기를 잘 마무리하려고 심리적으로도 스스로 다듬고 있어요”라고 자신했다.
성장한 정승기의 이번 올림픽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단호하게 “금메달”이라고 밝혔다. 정승기는 “저는 ‘말의 힘’을 믿습니다. 이번 밀라노올림픽 목표를 금메달로 세웠고, 그 목표에 걸맞은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준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승기가 지난해 12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2025~202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 경기를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IBSF 제공 |
찰나의 판단이 기록과 메달 색을 가르는 스켈레톤 종목 특성상 경기 전 이미지 트레이닝도 중요하다. 정승기는 “썰매를 타기 전 이런저런 상황에서의 조종을 이미지 트레이닝해서 실제 주행 중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습니다”라며 “다른 선수와의 경쟁이 아닌 ‘저’와 ‘트랙’만 생각하려 해요. 다른 선수가 잘 타는 건 제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최대한 저에게 집중하려 해요”라고 설명했다.
개최국의 ‘얼음 텃세’ 대비책도 준비하고 있다. 정승기는 “올림픽 개최국은 이점을 가져가기 위해 자국 선수에게 유리하게 매일 얼음을 다르게 깎아 놓기도 해요. 그래서 바뀐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합니다”라며 “그런 부분에서 다른 선수들이 주행하는 것을 많이 참관하고 정보를 얻으려 해요”라고 귀띔했다. ‘포스트 윤성빈’이라는 시선에 대해서는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부담감 또한 제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며 감사해 했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는지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경기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라는 정승기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특별한 응원을 부탁했다. “4년간 준비한 모든 것을 올림픽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고, 스타트할 때 ‘가! 가! 가! 가!’라고 함께 소리쳐 주시면 더욱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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