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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의 시그널 메시지를 세상에 알린 사람들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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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의 시그널 메시지를 세상에 알린 사람들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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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쿠팡 노동자 고 장덕진씨의 과로사를 은폐 축소하기 위해 직접 지시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자료 : 쿠팡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쿠팡 노동자 고 장덕진씨의 과로사를 은폐 축소하기 위해 직접 지시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자료 : 쿠팡


김보라미 |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이번 겨울 에스비에스(SBS)는 내가 대리하던 쿠팡 사건과 관련해 자료를 받고 싶다고 요청해 왔다. 주말을 포함해 거의 날마다 자료를 요청했다. 국회에서 다른 토론회가 열린 날에도 기자는 국회로 찾아와 “정말 필요한 자료입니다”라고 요청했다. 책임감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로비에 능한 거대 기업의 어두운 면을 세상에 드러내봤자 과연 한국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수차례 에스비에스 쪽이 “첫번째 뉴스 꼭지로 며칠간 연속 보도하겠다”고 약속했고, 제보자도 마음을 열어 정리된 자료를 에스비에스와 한겨레에 전달했다.

쿠팡 국회 청문회가 열린 날, 2020년 당시 쿠팡 대표였던 김범석이 “그(고 장덕준씨)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라”고 한 시그널 메시지가 에스비에스의 첫 꼭지로 보도되었다. 한겨레도 같은 날 1면부터 연속으로 관련 자료를 보도했다. 시민들은 보도를 통해 드러난 김범석의 속마음에 분노했다. 청문회, 고용노동부, 서울경찰청의 조사 과정에도 공익신고 자료들이 제공되었다. 현 쿠팡 대표 해롤드 로저스는 국회 청문회에서 “진위가 의심된다”며 해당 자료의 사실관계를 부인했지만, 한국방송(KBS)은 당일 포렌식 전문가를 통해 자료가 진정하다고 입증해 오히려 쿠팡의 태도를 비판했다. 물론 ‘전략적 봉쇄 소송’에 능한 쿠팡은 여론이 잠잠해지면 이번 보도에 관여한 언론사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사필귀정이라, 쿠팡의 비윤리적 경영은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공익제보가 없었다면 선명하게 세상에 드러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행히도 제보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여러 기자들이 공익의 관점과 사명감으로 취재를 이어갔고, 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김앤장 등이 관련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취재는 확장되었다. 언론은 진실을 드러내는 공적 협력자로 역할을 했다.

몇년 전 전세계를 휩쓴 미투 운동도 그랬다. 용기를 낸 피해자의 이야기를 곁에서 지지하며 세상에 전한 협력자들로 인해 그 영향은 증폭되고 맥락화되었다. 사회에 만연한 성희롱과 성폭행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필요한 조처들이 제도화되었다. 비윤리적 행위를 방치하지 않고 맞서 일어선 사람들 덕분에 후세대는 좀더 안전한 사회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공익제보에 대한 안전성이 충분히 보장된다면 이런 일은 연쇄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많은 공익제보자들의 꿈이기도 하다. 오래전 방송 3사의 맛집 프로그램이 돈이 오간 광고란 점을 몰래카메라 방식으로 고발한 다큐멘터리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에게 “왜 이런 어려운 결정을 하셨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도 방송국으로부터 보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송사 피디 출신이었던 김 감독은 방송국 내부에서 말이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데 저라도 공익제보를 하면 누군가 같은 마음으로 내부고발을 하지 않을까 희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익제보가 연달아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소송과 보복을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글로벌 비즈니스 윤리 서베이’(GBES)에 따르면 부패를 신고한 직원의 44%가 보복을 당했다고 응답했는데, 이후 2023년 조사에서도 46%가 비슷한 경험을 밝혀 보복에 대한 위험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공익신고자 보호법도 공익신고자를 제한적으로 보호해왔다. 이 법에 따르면 ‘수사의 단서 제공’이 있어야만 공익신고자로 인정되기에 언론 제보만으로는 보호받기 어렵다. 언론사가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 숨길 권리인 ‘비닉권’도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몇몇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된 하급심 판결에서는 입증책임을 언론사가 떠안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법체계는 진실을 이야기하려는 이들을 침묵하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내부고발자들의 익명성과 보호는 충분히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진실은 혼자 힘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공익신고자 곁에는 위험을 함께 짊어질 협력자가 있어야만 한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이러한 공익신고자와 그 협력자가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언론을 통한 공익제보에 대해서도 익명성을 보장하는 등 보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다시 한번, 이 지면을 빌려 어느 매체에서든 사명감으로 쿠팡 보도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온 기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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