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작업자들이 운송차량에 담긴 쓰레기를 쏟아내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
황상일 |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최근 한겨레 ‘전국 프리즘’(한겨레 1월14일치 26면)은 충북 청주 북이면 사례를 통해, 수도권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이 지방의 민간 소각장으로 밀려들고 그 부담이 지역 환경과 주민의 건강으로 전가되는 현실을 전했다.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서 쓰레기의 이동 경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매립은 금지됐지만, 처리 책임은 수도권 내부에서 해결되지 못한 채 충청, 강원 등 비수도권으로 이전되고 있다. 이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폐기물 정책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폐기물관리법은 생활폐기물에 대해 관할 지자체장의 처리 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발생한 곳에서 책임지고 처리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직매립 금지는 처리 ‘방식’만 제한했을 뿐, 발생지에서 책임지고 처리하도록 하는 구조는 함께 설계하지 않았다. 공공 소각시설 확충이나 광역 공공처리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과 민간 계약에 의존한 결과가 바로 ‘쓰레기 남하’다. 이는 기술이나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정책 선택의 문제다.
이 지점에서 일본 사례는 중요한 비교가 된다. 일본 역시 도쿄권 집중, 매립지 한계, 주민 반발이라는 동일한 조건을 겪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생활폐기물의 처리 책임을 기초자치단체에 명확히 두고, 도쿄 스스로 대규모 소각시설을 내부에 구축하는 선택을 했다. 지방으로의 이전은 예외·한시적 수단에 가깝다. 갈등은 있었지만, 그 갈등을 외부로 넘기지 않고 내부에서 감당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했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다르다.
이러한 ‘발생지 책임 처리’ 원칙은 폐기물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규칙이 아니다. 토양 오염 정책은 오래전부터 오염 토양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고, 오염이 발생한 현장에서 정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왔다. 지하수 역시 확산 속도가 느리고 복원이 어려운 만큼, 오염원을 발생지에서 차단하고 원위치에서 정화하는 접근이 기본이다. 공간적으로 고정된 환경 요소일수록, 책임을 외부로 이전하는 방식은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이동에 불과하다는 공감대가 환경정책 전반에 형성돼 있다.
그렇다면 왜 폐기물 정책에서만 이 원칙이 흔들리고 있을까? 직매립 금지는 도입했지만, 발생지 책임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제도적 장치는 빠져 있다. 그 결과 수도권의 부담은 비수도권으로 이동하고, 환경 갈등은 전국화하고 있다. 환경정책의 성패는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책임의 설계에 달려 있다. 발생한 곳에서 책임지고 처리하는 원칙을 다시 정책의 중심에 놓지 않는다면, ‘북이면의 전국화’는 피할 수 없다. 환경정책은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과연, 책임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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