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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韓美 정치에 흔들리나…초호황기에도 '내우외환'

노컷뉴스 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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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韓美 정치에 흔들리나…초호황기에도 '내우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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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행정부, '메모리 반도체' 콕 집어 자국 내 생산 압박
"100% 관세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택하라"
국내서는 '용인 산단 이전' 논란 지속


미국이 또 관세를 무기 삼아 한국이 장악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겨냥해 자국 내 투자 확대를 요구하면서 업계 불확실성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는 AI(인공지능)의 폭발적 확산으로 초호황기를 맞이했지만, 이 같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더해 국내에서는 생산 거점 이전 논란까지 지속되며 국내외 정치 변수에 의해 업계 훈풍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美 트럼프 정부, 이번에는 韓 주도 '메모리 반도체' 겨냥해 관세 '엄포'

미국은 자국 투자를 압박하기 위해 줄곧 무기처럼 들이댔던 관세의 적용 범위를 반도체로까지 적극 확대하겠다는 의도를 최근 들어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메신저'로 여겨지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연합뉴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례적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콕 집어 고율 관세를 부담하기 싫으면 미국에 생산 기지를 만들라고 압박한 셈인데, 이런 공격적 발언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의 뉴욕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나왔다. 자국 기업에 힘을 싣는 한편, 점유율 선두 기업이지만 미국에 해당 반도체 생산 시설을 두지 않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마이크론은 장기적으로 뉴욕에 1천억 달러(약 147조 원)을 투자해 4개의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 직전 세계 1위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도 미국에 2500억 달러(약 368조 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기존 계획보다 약 2배 많은 최대 12개로 늘리는 대신 관세 혜택을 받기로 해 한국 기업들에게는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반도체 관세 엄포에는 결국 "AI 반도체 설계, 파운드리에 더해 메모리까지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내에 한꺼번에 구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해외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림수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긴장…전문가 "기존 투자분 지렛대 삼아 美 설득 이뤄져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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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은 아니지만, 이미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갖고 있고, 370억 달러를 들인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도 가동을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천만달러를 투자해 패키징(후공정) 공장을 짓고 있다.

이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은 사실상 모두 국내에 있으며, 수요 폭증 대응 차원에서 여기에 수백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계획을 갑자기 수정하기도 쉽지 않고, 국가 전략 산업의 생산 거점을 미국에 세우는 건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19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첨단 메모리는 국가 전략산업이기도 하고, 외국에 생산 거점을 두려면 핵심 인력도 빠져나가야 한다. 장비 반입 문제도 있다. 여러모로 제약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미국이 띄운 '메모리 반도체 공장 투자' 요구를 그대로 검토하기보다는, 기존 현지 파운드리‧패키징 공장 투자분을 지렛대 삼아 추가 투자 분야와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 대미 협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 연구원장은 "(미국이 언급한) 메모리 분야만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투자로 인정돼서는 안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미국도 한국 기업들이 시장 우위를 점한 메모리 반도체를 당장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인 만큼 고도의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해당 분야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0%에 가깝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한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고율 관세가 현실화 되면) 손해를 보는 건 소비자인 미국의 AI 빅테크 기업"이라며 "결국 관세 조치는 미국의 AI 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고, 중국 견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무는 "(동시에) 한국 기업들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 기업에 의존하는 이 관계가 곧 협상력"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서는 '핵심 산단 이전론' 겹쳐…반도체 초호황기 맞았지만, 곳곳에 '변수'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용인=박종민 기자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용인=박종민 기자



한편 국내에서는 경기도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산업단지(클러스터) 이전 논란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곳을 메모리 반도체 생산의 핵심 기지로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계획된 투자 규모만 각각 360조 원, 600조 원에 달한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당 산단을 둘러싸고 최근 여권 일각에서 새만금 등 호남권으로의 이전론이 불거진 점은 변수로 여겨진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CBS 인터뷰에서 수도권 전력 부족 우려를 언급하며 "꼭 거기(용인)에 있어야 할지, 지금이라도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말한 게 시발점이 됐다.

이후 호남 정치권 등에서 '새만금 이전론'이 제기되며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청와대가 나서서 이전 검토는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지만, 이전론이 완전히 사그라지지는 않는 모양새다. 반도체 학계의 한 교수는 이와 관련해 "용인 산단은 이미 상당정도 진척되고 있다. 그걸 이전하려고 한다면 반도체 생산 경쟁력을 중심에 두고 전력과 용수의 장기적 수급 계획 등 치밀한 전략이 우선돼야 하는데 그런 전략이 마련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반도체 생산은 시설들이 연계돼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지리적으로 시설들이 떨어져서 형성되는 게 맞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유능한 엔지니어들을 지역에 모이게 하는 방안도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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