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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기업입지 선택과 지역성장정책

머니투데이 박양수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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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기업입지 선택과 지역성장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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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박양수 원장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박양수 원장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전력공급 제약과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남부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와대가 이에 대해 검토한 바 없으며 기업이전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쟁은 일단락된 모습이다. 이 논의는 우리 산업정책과 지역성장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사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것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라는데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지역주민의 수용성을 고려하면 송전망 건설이 쉽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기업엔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무탄소 전력이 많이 생산되는 동남권과 서남권이 합리적인 입지로 보일 수 있다.

한편 최근 각국은 첨단산업을 둘러싼 패권경쟁 속에서 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보호무역 기조확산으로 기업들은 입지선택에 더욱 민감해졌다. 해외든, 국내 비수도권이든 기업들은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라 국영·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의 '발에 의한 투표'(voting by feet)를 막기가 쉽지 않다.

이에 주요국 정부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시장주의의 장점을 최대한 이어가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입지선택의 주체가 기업이라는 점을 전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 민간의 선택을 유도하는데 정책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기업활동조사 패널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업의 입지이동은 자산규모, 기술자산 축적 정도, 수출비중 등 기업 자체의 특성뿐만 아니라 전력공급의 안정성, 문화·교육 같은 정주여건 등 지역간 환경격차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력공급 능력이 우수하고 정주요건을 갖춘 비수도권이 수도권 소재 기업을 유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포화상태인 수도권은 전력 및 정주여건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비수도권으로 이동엔 큰 유인이 된다는 의미다. 국내에 한정한 연구라 규제가 분석대상에서 빠졌으나 지역간 규제격차가 있다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해 말 대통령 앞 업무보고에서 지방시대위원회를 포함한 여러 정부부처는 첨단산업 육성 및 지역경제 성장을 위해 규제프리존 도입,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제공, 거점국립대를 통한 인재공급, 정주여건 개선, 파격적 조세와 재정인센티브 등을 통해 5극3특 체계, 메가특구, RE100 산업단지 등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실증분석 결과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평가된다.

다만 기업의 입지이전은 기업 스스로의 전략과 정부·지자체의 인센티브 및 인프라 제공이 잘 매치될 때 효과적이다. 지역성장정책은 제로섬 형식의 국내 기업에 대한 지역간 재배치가 아닌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에 대응한 기업들의 투자 및 기능재편 전략과 지방의 성장니즈 및 중앙정부의 경제 재도약 전략이 잘 조화되도록 섬세하게 설계돼야 할 것이다.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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