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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의혹에 자료도 부실… 이혜훈 청문회 무산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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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의혹에 자료도 부실… 이혜훈 청문회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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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요구한 자료 중 15%만 제출”
이혜훈, 국회서 대기만 하다 귀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19일 시작도 못하고 불발됐다. 이날 오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인사청문 안건은 상정도 못하고 1시간 30분 만에 정회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며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까지 “국민 판단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후보자의 비협조와 야당의 거부로 청문회가 열리지 않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9일 자신의 인사청문회가 무산되는 가운데 국회 본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9일 자신의 인사청문회가 무산되는 가운데 국회 본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임명동의안이 담당 상임위에 회부되면 15일 안에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데, 이날이 법정 시한이었다. 다만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정부로 보내야 하는 시한은 오는 21일까지다. 국민의힘 소속인 임이자 재경위원장은 여야 간사가 합의해야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자료 제출 등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큰 상황이다. 임 위원장은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고 했다. 청문회 개최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청와대가 이 후보자를 낙마시키든지, 국회 청문회 없이 임명을 강행하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후보자는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국회에서 대기하다 오후 9시 20분 귀가했다. 이 후보자는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 앞에서 검증하는 기회를 만드는 게 국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차단하는 건 아닌지 국회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는 열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자를 대체할 다른 후보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여권 인사는 “이 후보자의 의혹이 양파처럼 이어져서 여권 내부도 당혹스러운 입장”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소명 기회까진 주겠지만 장관으로 임명돼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혜훈 없이 청문회, 90분 고성 오가다 불발… 野 “공은 대통령에게”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 소속 임이자 재경위원장은 개회 선포와 함께 “청문회와 관련해 양당 간사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위원장으로서 청문회 관련 안건은 상정할 수 없다”고 했다.

여야 대치 끝에 정회  19일 오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맨 왼쪽)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정태호(맨 오른쪽) 등 민주당 의원들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와 자료 제출 문제를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이 후보자의 청문회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김지호 기자

여야 대치 끝에 정회 19일 오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맨 왼쪽)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정태호(맨 오른쪽) 등 민주당 의원들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와 자료 제출 문제를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이 후보자의 청문회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다./김지호 기자


재경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 의원은 “(이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 자료가 전체 (국회 요구 자료)의 15%에 불과하다”며 “버티기로 일관했던 이 후보자 측이 18일 오후 9시가 돼서야 낸 자료도 부실하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공직자 검증 차원에서 청문회를 개최하고 추가 자료를 받자고 맞섰다. 민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우선 청문회를 시작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나가도록 진행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야는 앞서 이 후보자 청문회 문제로 일주일 간 신경전을 벌였다. 국회 재경위는 지난 13일 이 후보자의 청문회 개최 안건을 의결하면서 15일 오후 5시까지 인사청문 자료 제출이 미흡할 경우 청문회 날짜(19일)를 미룰 수 있다고 합의했었다. 임이자 재경위원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청문회 거부 가능성을 시사했고, 민주당이 이 후보자에게 추가 자료 제출 협조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18일 밤까지도 대부분의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게 야당 주장이다.

이날도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는 시작도 못한 채 ‘의사 진행 발언’을 신청하며 상대방에게 파행의 책임을 돌렸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왜 위원회를 이따위로 운영하는가”라며 “자료 제출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청문회를 보이콧한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자료 제출 사유로 (청문회가) 1주일 연기됐다”고 했다.

이 후보자가 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후보 자질 공방도 벌였다.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이 “가족이 전체적으로 공모한 강남 아파트의 사기적 강탈 범죄 의혹, 보좌진들에 대한 인격 살인 행위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든 많은 의혹들이 누적돼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여러분들과 정치를 20년간 하신 분”이라며 “스스로 반성하라”고 했다. 민주당 정태호 의원이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에서 세번이나 공천해서 의원으로 만든 분”이라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런 사람을 장관으로 만들 것이냐”라고 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열번 백번 낙마했어야 할 이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청문회가 돼선 안된다”며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식의 청문회로 희화화돼선 안된다”고 했다. 천 의원은 이 후보자의 ‘수사 의뢰’ 발언도 문제 삼았다. 앞서 천 의원이 이 후보자가 작성했다며 ‘비망록’을 공개하자 이 후보자는 지난 15일 “수사 의뢰하고 싶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억울함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과한 표현이 나간 점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위원을 고발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인 점은 매우 부적절한 태도였고 유감”이라고 했다.

여야 의원 간 고성 섞인 공방이 오가고 청문회 개최에 합의하지 못하자 임이자 재경위원장은 오전 11시 30분쯤 “청문회를 오늘 진행해야 되는 것인지 아니면 일정 변경을 해서 해야 하는 것인지 여야 간사가 협의해달라”며 정회를 선포했다.

여야는 오후 추가 협상을 벌였지만 청문회 개최에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제가 볼 땐 야당이 하고 싶어하는 생각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자료가 들어오지 않았고, 자료가 와도 분석과 질의 자료를 만들기 위해 이틀은 필요하다”고 했다.


여야 합의를 기다리던 이 후보자는 오후 9시 20분쯤 국회를 떠났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불발에 “간사 간의 합의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도 이 모든 의혹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 않으실까요”라고 했다.

이날은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법정 시한 마지막 날이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회는 임명동의안이 위원회에 회부된 날로부터 15일 이내 마치도록 돼 있다. 다만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하는 시한은 오는 21일까지다. 그래서 여야가 합의할 경우 20일 인사청문회를 열 가능성도 거론된다.

20일 청문회 가능성에 대해 임이자 재경위원장은 본지에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고 했다. 인사청문회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인사청문회가 안 열릴 경우 이재명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거나, 인사청문회 없이 이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해야 한다. 여당 내에서도 “의혹이 많은 이 후보는 시한폭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와대는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 후보자 관련 의혹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비판도 다 무겁게 듣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볼 수 없는 부분들”이라면서도 “다만 본인이 국민께 설명해 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의 검증 문제에 대해서도 겸허하게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후보자 낙마 여부를 결정하는 건 결국 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선 “의혹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며 이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 기류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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