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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세 총구’ 맞겨눈 대서양동맹···긴장 늦춰선 안 된다

서울경제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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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세 총구’ 맞겨눈 대서양동맹···긴장 늦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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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파병한 유럽 국가들에 대한 추가 관세를 예고하자 유럽연합(EU)이 159조 원 규모의 대미 보복관세를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 관세 협상을 타결한 미국과 유럽이 6개월도 안 돼 서로에게 관세 총구를 겨누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드러내온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매입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영국을 포함한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다음 달 1일부터 10%, 6월부터는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상대로 한 ‘영토 팽창주의’와 관세 위협에 유럽도 맞불을 놓을 태세다. EU 내에서는 ‘무역 바주카포’라고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 유럽 내 미군기지 폐쇄 등 사실상 나토의 근간마저 흔드는 보복 조치까지 거론된다.

1949년 나토 설립 이래 77년간 유지돼온 ‘대서양 동맹’의 붕괴 위기는 결코 ‘강 건너 불’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미국과 유럽이 ‘동맹 폐기’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나토의 내부 균열은 분명해졌다. 국제 정세의 대혼란을 틈타 기존 질서를 깨려는 북한·중국·러시아가 더 과감한 군사 행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어렵게 체결된 무역 합의가 미국의 ‘힘의 논리’에 따라 순식간에 뒤집힌 점도 경각심을 갖게 한다. 앞으로 본격화할 비관세 협상과 한국의 대미 투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잣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무역 합의를 통해 우리가 약속받은 ‘반도체 최혜국대우’도 언제든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동맹에도 가차 없는 일방적 ‘미국 우선주의’ 앞에 우리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어떤 돌발 변수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통상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대미 소통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 1년이 되도록 한미 최고위급 외교 채널인 주한 미국대사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다. 흔들림 없이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윈윈’ 협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주한 미국대사의 조속한 임명을 이끌어낼 외교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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