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각)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그린란드 국기를 든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가 참여한 가운데 누크에서 열린 그린란드 병합 반대 집회는 덴마크 코펜하겐, 오르후스, 올보르, 오덴세 등 다른 도시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누크/로이터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를 완전히 ‘매입’할 때까지, 이에 저항하는 유럽 주요국들에 10~25%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실현되면 전후 국제질서를 지탱해왔던 ‘강대국이 힘을 앞세워 영토를 확장하지 않는다’는 핵심 원칙이 무너지고, 서구의 결속을 상징해왔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역시 해체의 길을 걷게 된다. 미국은 지금도 안보 목적을 위해 그린란드 땅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은 국제사회를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로 만들어선 절대 안 된다.
영국·독일·프랑스·덴마크 등 유럽 주요 8개국은 18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우리는 덴마크왕국·그린란드 국민들과 완전한 연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관세 위협은 대서양 지역의 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결연한 공동성명을 내놓게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이들을 겨냥해 “2월1일부터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물품에 10%, 6월1일부터는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는 심지어 이 관세가 “그린란드 전체에 대한 완전한 매입이 이뤄질 때까지” 부과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권 1기 때부터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적 야심을 숨기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제 뜻을 관철하기 위해 강압적인 수단을 꺼내든 것이다.
미·영이 중심이 된 서구가 전후 80년 동안 국제질서를 선도하는 정당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8월 “어떠한 영토 확장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대서양 헌장’을 채택해 실천해왔기 때문이다. 이 선언의 정신에 따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못박은 유엔이 설립(1945년)됐고, 나토가 창설(1949년)됐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강제 병합하면, 스스로 만들고 지켜온 전후 국제질서를 스스로 허무는 꼴이 되고 만다.
현재 미국은 그린란드 서쪽 끝의 피투피크에 군 시설을 운용 중이고, 1951년 체결된 ‘그린란드 방위 협정’에 따라 원하는 만큼의 병사를 배치할 수 있다. 이미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은 미국발 ‘트럼프 관세’, ‘베네수엘라 사태’ 등으로 무법천지에 가까운 혼란에 빠져들었다. 미국에는 그린란드를 병합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법을 존중하고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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