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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환율은 급등? 다보스 포럼의 불길한 경제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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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환율은 급등? 다보스 포럼의 불길한 경제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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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칼럼니스트]

# 1월 19~23일(현지시간) 열리는 다보스 포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창회처럼 보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1일 연설에서 그린란드 문제부터 관세와 무역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영향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우리는 다보스 포럼의 경제전망 보고서가 주목하는 물가 상승과 정부부채 문제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국가부터 부채 위기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보스 보고서를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다. 한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문구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다. 한 시위대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문구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스위스 다보스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1월 19~23일 현지시간)이 시작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보스의 모든 관심을 흡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1일 연설에서 그린란드 군사작전을 포함해 수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해에도 다보스에서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고, 실제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를 관철했다.


그런데 올해 우리는 다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WEF가 1년에 2번씩 발표하는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특별한 내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포럼은 3년마다 한번씩 전세계 주요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 2026년 1월 보고서에는 지난해 11월에 실시한 최신 설문 결과가 담겨있다.


세계 주요 기업과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88명이 가장 우려하는 올해 경제 이슈는 무엇일까. 물가 상승이다. 보고서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의 답변 맥락을 보면, 늘어나는 정부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41개 선진국 정부는 물가 상승을 방치하고, 신흥국 중에서는 국가 부채 위기에 처하는 곳이 생길 가능성이 무척 높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 다보스 예언➊ 고물가 부추기는 미국=보고서가 매번 갱신하는 내용부터 살펴보자. 2025년 9월 보고서와 2026년 1월 보고서에서 가장 큰 차이는 0%라는 전망치다. 공교롭게도 두 번의 0%는 미국 경제 전망에서 나온다. 지난해 9월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경제가 강하게 성장할 가능성이 0%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지난해 압도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25년 2분기 3.8%, 3분기 4.3%였다. 결과적으로 전망이 틀렸다.


다만, 올해 보고서의 전망은 틀리지 않을 확률이 꽤 높다.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올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낮거나 아주 낮을 확률이 0%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 인하를 목표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압박하고, 새로운 의장을 통해서 이를 관철할 것이라는 게 비밀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물가는 오른다.

이번 다보스 보고서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의 고물가를 전망한 이유는 국가부채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팬데믹을 기점으로 부채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9월 17일 '세계 부채는 여전히 GDP의 23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보고서에서 "민간 부문의 대출이 지속적으로 줄었지만, 정부부채가 더 늘어나면서 빚 자체는 줄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료 |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PWBM,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PWBM,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기업과 가계 부채는 2025년 현재 세계 GDP의 143%를 기록해 2015년 이후 최저치였다. 그런데 정부의 공공부채가 GDP의 93%까지 치솟았다. 각국 정부는 정부부채를 축소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의 일반 정부부채는 2024년 기준 GDP 대비 121%로 증가했다. 일반 정부부채는 국가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것이다.


■ 다보스 예언➋ 물가로 '빚' 녹인다=다보스 보고서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67%는 선진국들이 높은 물가를 활용해 정부부채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증세를 통해 부채 부담을 줄일 것이라는 응답이 62%였고, 성장을 통해서 이를 해결할 것이라는 응답은 47%에 불과했다. 다보스 포럼 보고서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41개 선진국 중 하나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떻게 고물가를 방치해 정부부채 부담을 줄이는 걸까.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은 2021년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정부가 물가상승률을 높여서 정부부채를 털어내는 구체적 방법을 설명했다.


와튼스쿨의 초당적 연구그룹인 펜 와튼 예산 모형(PWBM)은 "갑작스러운 고물가는 정부부채의 실질 가치를 감소시킨다"며 이를 일종의 '약한 채무불이행(soft default)'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세금 중에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명목 금액으로만 과세하는 소득세나 취·등록세와 같은 게 다수 존재한다. 고물가를 방치하는 것만으로 정부는 실질적인 증세를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집값이 폭등하면서 실효세율이 0.15%에 불과한 부동산 보유세 총액이 총금액으로는 상당한 수준이 된 것과 비슷하다.


구체적으로 와튼스쿨의 시뮬레이션을 보면, 중앙은행이 물가 목표치를 지금과 같은 2%에서 4%로 설정하면, 10년간 GDP는 0.7%포인트 줄지만, 정부부채도 15.0%포인트 감소한다.


정부가 물가상승률 5%를 10년 동안 방치하면, GDP는 1.0%포인트 줄지만, 정부부채는 무려 20.2%포인트나 감소한다. 실제로 0%였던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2~3%를 몇년간 기록하자마자 정부부채 비율은 상당히 낮아졌다(ASEAN).


■ 다보스 예언➌ 신흥국에 몰려올 국가부채 위기=고물가로 빚을 녹일 수 있는 선진국에 비해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중진국은 국가부채를 관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다보스포럼 보고서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 47%가 올해 신흥국이 국가 부채 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한 이유다. 그리고 이는 기업 문제(21%)나 은행 문제(24%), 가계부채 문제(9%)가 아니라 신흥국 통화의 위기(41%)에서 비롯될 확률이 높다. 신흥국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외환위기가 디폴트 상황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세계경제포럼인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하는 연례 포럼이 19일(현지시간) 시작된다. [사진 | 뉴시스]

세계경제포럼인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하는 연례 포럼이 19일(현지시간) 시작된다. [사진 | 뉴시스]


신흥국이 고물가를 방치해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없는 이유는 외화 부채와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고물가로 부채 부담을 줄인다는 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를 유지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마이너스 실질금리인 국가의 통화는 외국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진다.

부채의 상당 부분이 달러 등 외환으로 이뤄진 신흥국에서 환율의 급등은 수출을 위한 중간재나 에너지 비용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자극한다. 신흥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외환보유고와 국가 소유 자원이 적은 순서대로 부채 상환을 포기하는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다보스 포럼 보고서는 결국 고물가가 세계를 덮칠 것이고, 준비되지 않은 국가 순서대로 부채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인 셈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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