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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GDPR 승리공식, 이번에도 통할까…20일 DNA법 발표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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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GDPR 승리공식, 이번에도 통할까…20일 DNA법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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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중심 역학구도에 도전장…韓도 망 이용대가 내용에 ‘촉각’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유럽이 미국·중국 양강 체제로 굳어진 글로벌 네트워크 시장의 역학 구도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으로 글로벌 디지털 규범을 주도했던 유럽연합(EU)이 이번엔 네트워크 질서까지 재설계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선택이 글로벌 판도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 규제에서 투자 촉진으로유럽 네트워크 질서 ‘원점 재설계’

19일 한국무역협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20일(현지시각) 유럽 내 네트워크 질서 전반을 재정립하는 내용의 디지털네트워크법(DNA)을 발표할 예정이다.

DNA는 EU 회원국별 상이했던 네트워크 규제를 단일 체계로 통일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한다. 기존의 규제 중심 틀에서 벗어나 통신사의 투자 여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정책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 특징이다.

특히 통합 과정에서 규제를 정비·완화해 통신사들이 망 고도화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AI) 트래픽이 폭증하는데도 네트워크를 투자 동력이 약해진 구조를 제도 설계로 풀겠다는 접근이다.

◆ 공급망은 중국, 비용은 미국…EU가 겨냥한 규제 두 축

다만 DNA가 단순히 ‘유럽 내부 규제 정비’에 머물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법안의 내용이 시장 질서뿐 아니라 네트워크 공급망(장비)과 비용(트래픽) 문제에서 해외 기업을 겨냥하는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통신장비 분야에서 DNA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를 ‘고위험 공급업체’로 분류하고 이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경우 핵심 주파수 접근을 제한하도록 했다. 보안 리스크를 이유로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유럽 내 중국산 장비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DNA에는 통신사와 글로벌 빅테크 간 망 이용대가(망 사용료) 등 분쟁에 대해 국가 규제기관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조정 회의(conciliatory meeting)’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개별 사업자 간 자율 협상 영역에 머물러 있던 망 이용대가 문제를 공적 규제의 대상으로 전환해 그간 망 이용대가 협상에 응하지 않는 미국계 글로벌 빅테크들에 대해 EU가 규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신장비 영역에서는 중국을, 망 사용료 이슈에서는 미국을 각각 겨냥하며 글로벌 통신 시장 질서를 유럽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EU의 의도가 해당 법안에 투영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DNA 통과까진 통상 마찰 ‘험로’ …GDPR 사례에 낙관적 전망도

결국 DNA가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미국·중국과의 통상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안 발표 이후 실제 입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미 미국과 EU는 망 사용료를 두고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미국은 최근 디지털 무역장벽 해소와 관련한 합의에 망 사용료 문제가 포함됐다고 주장한 반면 EU는 이를 즉각 부인하며 선을 그었다. 해당 문제는 여전히 유럽의 입법·규제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업계에선 이 사안에 대해 EU가 그간 일관되게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온 만큼 DNA에서 해당 이슈를 배제하고 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실제 토마 레니에 EU 디지털 대변인은 미·EU 간 팩트시트 관련 합의가 발표된 지 하루 만인 지난해 12월2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망 이용대가는 다가올 DNA 입법안에서 다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EU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이번 합의는 EU의 규제 주권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낙관적 전망도 존재한다. 유럽의 경우 높은 규제법으로 평가받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도 통과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정통한 전문가는 “유럽은 GDPR을 통해 하나의 정책을 전 세계적 규범으로 확산시킨 경험을 이미 갖고 있다”며 “더욱이 DNA의 핵심은 조정 회의 제도 도입 이전에 싱글 유럽을 위한 통합 네트워크 규칙을 구축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겐 환율 문제로 미국의 협력이 불가피한 현실 속에서 DNA는 당장의 실행보다는 정책적 명분과 정당성을 축적하는 수단이 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 망 이용대가 논쟁 재점화될까韓 통신업계도 촉각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통신업계 역시 DNA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망 이용대가 입법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온 상황에서 EU가 관련 논의를 제도화할 경우 국내엔 입법의 선례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이 인터넷망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이에 따른 비용인 망 사용료는 통신사업자(ISP)에 부담시키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들이 망 이용대가 논의 자체를 회피하면서 이미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국내 CP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AI 확산으로 네트워크가 핵심 인프라로 재부상한 상황에서 통신업계는 이 같은 구조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 빅테크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네트워크 투자 여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관련해 입법 논의도 있었다. 21대 국회에선 총 8건의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22대 국회에서도 김우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 이정헌 의원(더불어민주당), 최수진 의원(국민의힘)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ISP와 대형 CP 간 공정한 망 이용을 위해 유럽 규제기관 차원의 분쟁조정 메커니즘과 세부 지침을 도입하려는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AI 시대 트래픽 증가와 5G SA 등 통신 인프라 진화를 고려할 때 보다 합리적인 네트워크 활용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그간 관련 논의가 이어져 온 만큼 국내외 사업자 간 차별 없는 합리적인 법·제도 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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