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그간 답답한 행보를 보여온 SK텔레콤 주가가 19일 코스피 시장에서 급등세로 장을 마쳤다.
이날 SK텔레콤은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가 동반 유입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간 뒤 전거래일 종가 대비 7.05% 오른 5만9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형적인 배당주 종목으로 분류되는 SK텔레콤 주가가 하루 7% 이상 급등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올해 실적 회복에 대한 증권가 기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2단계 경쟁 진출과 SK텔레콤이 투자한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을 둘러싼 대규모 투자·상장 기대가 맞물리며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 올해 실적·배당 정상화 기대 유효
실적만 놓고 보면 지난해 4분기까지는 쉽지 않은 흐름이 이어졌다.
증권가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조3530억원, 영업이익은 844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66.8% 줄어든 규모다. 특히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인 1841억원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유심 해킹 사태로 지난해 말까지 집행된 고객 감사 패키지 비용과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가 꼽힌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0.4% 감소한 889억원으로 예상된다.
다만 증권가는 이 같은 비용 요인이 대부분 지난해로 마무리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SK증권은 SK텔레콤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전년 대비 3.8%, 72.1% 증가한 17조8000억원, 1조8000억원으로 추정했다.
SK증권 최관순 연구원은 “사이버 침해 사고에 따른 일회성 비용 지출은 지난해로 마무리될 것”이라며 “4분기에 이동통신 가입자도 반등한 만큼 올해 실적 개선과 배당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이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비용 요인이 제거된 이후의 실적 정상화 경로가 보다 명확해졌다는 점이 오히려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 독파모 통과로 AI 전략 신뢰도 강화, 앤드토픽 상장 기대감
AI 신사업 모멘텀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SK텔레콤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에서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와 함께 2단계 경쟁에 진출했다. 해당 사업은 국내 AI 주권 확보를 목표로 한 핵심 과제로 향후 대규모 연구개발(R&D) 지원과 상용화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번 평가 통과를 계기로 SK텔레콤의 AI 전략이 단기 기술 경쟁을 넘어 중장기 사업 모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뢰도를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날 주가에는 앤트로픽을 둘러싼 글로벌 투자 기대 또한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미국 현지시간) 세쿼이아 캐피털이 앤트로픽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이번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 최소 250억달러를 유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투자 유치가 완료될 경우 기업가치는 약 35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될 전망이다. GIC와 코투 매니지먼트도 투자 참여가 거론되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통신 역시 앤트로픽이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도 기존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 라운드를 상장을 염두에 둔 밸류에이션 정립 단계로 해석하고 있다.
◆ “대규모 현금 유입 시 배당 정상화 시점 앞당겨질 수도”
앤트로픽의 기업가치 재평가는 SK텔레콤의 투자 자산 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나증권 김홍식 연구원은 지난 16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 앤트로픽의 연내 상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SK텔레콤 지분 가치 재평가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또 “SK텔레콤이 2026년에도 2024년 수준의 배당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앤트로픽 상장 등으로 대규모 현금 유입이 현실화될 경우 배당 정상화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종가 기준 주가 흐름을 두고 단기 이벤트를 넘어 기업가치 재평가 국면의 출발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올해를 기점으로 실적 회복 전망과 함께 독파모 성과, 앤트로픽 투자·상장 기대가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시선이 이전보다 뚜렷하게 긍정적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본업 실적 회복과 AI 신사업, 전략적 투자 자산 가치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며 “향후 앤트로픽 관련 투자 논의가 구체화될수록 SK텔레콤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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