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DDR5 1년 만에 가격 5배 상승..."소규모 업체 메모리 못 구해 생산에 차질"
PC용 범용 DDR5 고정 거래 가격 추이/그래픽=이지혜 |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IT(정보통신) 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충격의 강도는 기업별로 엇갈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와의 계약에서 협상력을 가진 글로벌 대형 업체는 가격 변동성을 일부 흡수하고 있는 반면 중소·저가 업체들은 생산 차질과 비용 부담에 직면한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시장 재편' 가능성도 감지된다.
18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5 16GB 기준)의 지난달 말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20.8달러로 1년전보다 5.3배 상승했다. 지난해 6월 말 5.1달러였던 DDR5 가격이 6개월만에 약 4배 올랐다. 고정거래 가격은 기업간 계약에 활용되는 가격으로 제조사와 세트 업체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D램 가격 상승은 PC 완제품 가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델은 지난달 기업용 노트북 전 제품 가격을 10~30% 인상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새로 출시하는 노트북의 가격을 기존보다 올릴 예정이다. 판매가격 상승은 출하량 전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노트북 시장 전망을 불과 석달만에 '1.7% 성장 → 2.4% 감소 → 5.4% 감소'로 연이어 하향 조정했다. 스마트폰 시장 역시 출하량 축소를 예상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칩플레이션(반도체 칩+인플레이션)'이 단순한 업황 악화에 그치지 않고 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와 계약에서 협상력이 약한 중소형 업체들이 먼저 타격을 받으면서 공급 안정성과 협상력을 갖춘 글로벌 대형 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급성장한 중국계 중소형 IT 업체들이 가장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업체는 메모리 자체를 확보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높은 가격이라도 'D램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게 업계의 반응이다.
대형 IT 부품사 고위 관계자는 "메모리 고객사 중에는 현재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보는 곳도 있다"며 "중국의 '화이트박스(무상표 저가형)' 생산 업체들은 메모리를 구하지 못해 생산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 브랜드 입장에서는 경쟁사 이탈로 판매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며 "하이엔드 제품은 메모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가격 상승 부담도 덜하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실제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일부 소규모 조립 PC 업체들은 판매 중단까지 몰린 상태지만 글로벌 기업은 가격 인상 속에서도 판매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애플은 기존 계약 물량과 명확한 제품 출시 일정과 정교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강한 메모리 가격 협상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트북 판매량 세계 1위인 레노버 역시 대규모 물량을 바탕으로 비용 관리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메모리 반도체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인 엔비디아 역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엔비디아는 전 세계에서 메모리를 가장 많이 직접 구매하는 회사 중 하나"라며 "모든 메모리 공급업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벤 예 수석 애널리스트는 "PC 업체의 출하량은 메모리와 스토리지 조달 능력, 협상력에 달려 있다"며 "글로벌 브랜드와 메모리 제조사간 신뢰 관계가 이번 가격 급등 국면을 헤쳐 나가는데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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