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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메모리 흔드는 美 관세…셈법 복잡해진 K-반도체 [반도체레이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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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메모리 흔드는 美 관세…셈법 복잡해진 K-반도체 [반도체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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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고성현기자] 미국이 타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관세 부과와 투자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 관세 협정으로 최혜국 대우를 확보했으나 국가별로 별도의 합의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또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투자 압박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연일 반도체 관세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미국에 수입된 반도체나 파생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포고문을 내놨다. 이는 대만에서 생산해 미국을 거쳐 수출하는 엔비디아, AMD의 인공지능(AI) 가속기를 겨냥한 것이다.

이와 함께 팩트시트를 내놓고 가까운 시일 내 반도체·파생 제품 수입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와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2단계 조치'를 예고했다. 2단계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나 형태는 없으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AI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메모리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간접적인 투자 압박을 시사하는 발언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 장관은 지난 16일 마이크론 미국 뉴욕주 반도체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칩을 생산하는 모든 기업은 2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100% 관세를 지불하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 증설로 메모리에 대한 공급 차질이 발생하자 자국으로 생산 공급망을 가져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주요 AI칩 업체의 HBM 구매가 폭증하자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기존 IT·모바일용 라인도 HBM 패키징에 투입된 점을 고려한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압박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양사가 미국에 메모리 생산 공장을 투자할 계획이 없어서다. 현재 삼성전자가 가동 중인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과 테일러시에 신설하는 공장은 모두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메모리를 테스트·패키지하는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만약 향후에 나올 조치에 메모리가 포함될 경우 최대 100%라고 공언한 반도체 관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으로 확보한 반도체 최혜국 대우 조항을 토대로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당시 한미 양국은 공동 팩트시트에서 반도체 교역 규모가 한국 이상인 국가보다 불리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상 파운드리·패키징 등에서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만을 기준점으로 삼은 것이다.

최근 대만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현지 투자를 조건으로 관세 혜택을 받은 것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만은 2500억달러(약 368조원)와 정부 신용보증 2500억달러를 추가 제공하는 대신 상호관세율을 기존 20%에서 15%로 낮췄다. 아울러 미국이 현지 투자하는 대만 기업에 대해 시설 투자 기간 동안 생산능력 2.5배에 달하는 물량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고, 시설 완공 후에는 1.5배까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러트닉 상무 장관은 대만과의 협상 내용을 거론하며 반도체 관세를 국가별로 별도 합의하겠다는 언급도 내놨다. 한미 양국 간 공동 합의로 반도체 최혜국 대우 지위를 얻었지만, 세부 내용은 다시금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면서 수백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60조원, SK하이닉스는 600조원에 이른다. 대만과 같이 현지 투자를 조건으로 협상하더라도 국내 기업에게는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추가 여력이 없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다가오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이 향후 협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WEF 현장에 참석해 공식·비공식 경로로 미국 측 인사와 접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현지 투자를 추가로 단행하는 것은 비용 뿐 아니라 생태계, 수익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높다"며 "국내 기업과 정부 간 협력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을 잘 이끌어나가는 것에 집중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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